박기윤 화천 현장귀농학교 교장

대도시 지자체까지 경쟁적 참여
민간기관은 교육생 모집 난항
인건비 등 인색한 재정지원도 문제


올해 귀농귀촌 민간 공모교육기관의 공통된 의견이 교육생 모집이 어렵다는 얘기다. 예년 같으면 한 달이나 최소 보름 전에 마감이 될 터인데 올해는 마감이 임박해서도 인원을 채우지 못해 시작 날짜를 뒤로 미루는 경우도 생겼으니 이상하다. 이제 귀농귀촌이 정점을 찍고 쇠퇴기에 접어든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보았는데 그저께 인천광역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귀농교육에 강의를 가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대강당 가득 60명 이상의 교육생들이 수강을 하고 있다. 서울시나 다른 대도시들도 마찬가지로 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귀촌 교육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각 구청별로 진행한다. 정부가 지정한 민간교육기관이 지자체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점점 교육생 모집이 힘들어 지는 건 당연지사이다.

이렇게 예산을 이중으로 써 가면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대도시 지자체들은 과연 자기네 인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에 동의하면서 귀농귀촌교육을 진행하는가? 아니면 예산과 인원 확보 때문에 집행하는가?

답답한 김에 정부의 귀농귀촌지원정책, 특히 그중에서도 교육에 대해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귀농귀촌지원정책은 크게는 귀농 전, 귀농 결심단계, 귀농 후 이렇게 세단계로 나누어 적용할 수 있다. 귀농 전 단계에서는 도시농업을 주된 정책으로 삼을 수 있는데 도시농업은 도시에 살면서도 생태적 감수성과 우리 국민들의 내재된 경작본능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 도시에 살지만 농촌에 사는 것과 같은 경험을 통해 막연한 귀농귀촌에 대한 욕구는 일차 소화해 낼 수 있다. 또한 도심 공터의 녹화를 통한 환경보호와 경관조성, 그리고 공산품으로서가 아니라 생명으로서 농산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도농교류와 우리 농산물에 대한 사랑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도시의 농업기술센터는 이 역할을 도와주고 이끌어 가는 주체가 될 수 있으며 텃밭 재배기술, 가드닝, 조경기술 등 도시민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기술보급을 통해 귀농귀촌의 지원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귀농 결심단계에서는 귀농귀촌 기본교육이 중요한 정책이다. 농정원과 귀농귀촌종합센터 등 정부기관, 농정원에서 지정한 교육 커리큘럼과 운영규정을 충실히 시행하는 지정 민간교육기관, 우리 사회의 대안운동으로서 귀농귀촌 정책과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온 민간단체 등 삼자가 주체이다. 귀농귀촌 철학, 우리농업과 농촌의 구조, 마을 공동체의 특성과 역할, 농촌에서의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이해와 학습, 농가실습이나 현장견학 등을 통해 귀농귀촌 준비자로서 자격을 갖추어 나가게 하는 한편, 우리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는 든든한 후원자 내지 동반자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결심단계의 실질적 주체인 민간교육기관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교육생 자부담 분을 제외한 교육비 70%와 일반관리비 10%를 지원하는 것이 전부이다. 운영 전문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게 하면서도 기관 수익분과 인건비 등 경비는 아예 책정되어 있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것과 똑같다. 게다가 올해 처음 시행하는 청년귀농장기교육은 교육생 본인 자부담분과 똑같은 15%의 기관 자부담까지 부과했다. 알아서 빼먹거나 귀농교육이 전문분야가 아닌 기관이 다른 부서에서 인력을 차출해서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니 예산이 충분한 대학의 부설기관이나 농협, 임업진흥원 산하기관 등 민간기관이라 보기 힘든 곳이 이 분야를 장악해 가고 있는 현실이라 다양하고 창의적인 민간교육이 진행될 수 없다.

귀농 후 단계는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와 귀농귀촌지원센터가 주체이다. 귀농결심단계에서 기본교육을 진행했다면 이 단계의 역할은 실질적 정착교육이다. 친환경, 과수, 축산 등 품목별 교육과 지역주민과의 사랑방 등을 통한 주민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품목교육을 농업기술센터가 맡고 지역정착과 현장 밀착 컨설팅 등은 지원센터가 맡는 등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법으로는 각 지자체별로 귀농귀촌지원센터를 설립하게 하고 있지만 운영 예산을 중앙에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지원센터가 없는 곳이 많거나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 지자체 중 귀농귀촌업무만 전담하는 공무원을 두는 곳은 예외적이고 예산 문제로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귀농귀촌업무도 같이 겸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담당자는 일만 많고 승진에 별 도움도 안 되는 귀농귀촌 업무를 맡기를 꺼려하거나 맡더라도 뒤로 미루기 마련이다. 그러니 공무원이 귀농귀촌업무를 하는 것 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귀농자나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된 지원센터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투자대비 더 효율적이다.

농림부는 농정원을 통해, 농진청은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같은 교육을 동시에 진행한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귀농귀촌의 수혜자라 생각하고, 지자체는 중앙에서 예산은 주지도 않고 생색만 낸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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