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9일 천안 소재 천안상록리조트에서 열린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성공업무협약 및 결의대회 장면. 김종훈 농식품부 차관보(가운데)를 비롯해 농업·축산업관련 협회 대표자들이 서명한 업무협약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전준비 미흡’ 첫 단추부터 꼬여…현장농민 외면 ‘찬밥신세’

세 차례에 걸친 추가대책에도 불구하고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이 여전히 목표치를 채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보다 두 달간이나 신청기한을 연장한 상황이지만 신청마감일인 오는 20일을 기점으로 일주일가량이 남은 지난 11일 기준 신청면적은 2만3802ha. 목표면적 5만ha대비 절반에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농식품부는 마감일로 가면서 주간단위 일평균 신청면적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해당 부서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홍보에 나서는 등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목표량을 할당받은 지자제도 신청면적 늘리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목표달성에 노력하고 있는 상황.


기재부 지원 확정 차일피일
논의 한창이던 작년 9월까지
농식품부 구체적 계획 안나와

“콩 파종·수확기 없다”
문제제기 불구 대책 미흡

대체작목 농기계 지원 등
현장 요구 반영 안돼
신청면적 목표치 절반 못미쳐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중앙정부 예산수립과정에서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예산 반영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막바지 진통 끝에 올해 예산에 반영됐고, 이로 인해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최종계획도 올 초에 발표되면서 현장 홍보는 물론 작목전환에 따른 농기계 등의 영농기자재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올해 5만ha에 이어 내년에는 10만ha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공약이 추진이 된다면 내년 사업면적은 올해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다. 어디에서. 무엇이 꼬였는지 첫 해 사업을 통해 분석하고 대응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사전준비 미흡=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대한 농식품부의 사전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대목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 사업비 지원항목을 놓고 기재부가 지원여부를 확정해주지 않으면서 사업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았다는 점도 있지만,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업추진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중심으로 농기계임대사업이나 농지기반정시사업 등의 관련 농정사업을 개편하는 준비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따르기 때문이다.

‘사전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부터 제기됐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천안을) 의원은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당시 쌀 생산조정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해 9월 말, 농식품부가 쌀 생산조정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어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신청마감일 일주일가량을 앞두고 2월 21일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도 사업신청률이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내놨다. 4개월 정도의 간극을 두고 같은 지적을 내놓은 셈이다. 

특히 대체작목 중 콩에 대해서는 종자를 구하기 어렵고 파종·수확을 위한 농기계가 없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종자의 추가적인 공급은 재배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지하더라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합쳐 운용하고 있는 시·군농업기술센터의 농기계임대사업에 대한 아쉬움은 큰 상황.

시·군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농기계임대사업 예산은 통상 10~11월에 농식품부에 집계된다. 연중 진행되는 농기계관련 교육을 통해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추가로 구입할 농기계 리스트를 작성해 중앙정부에 제출하는 것. 또 이를 바탕으로 시·군의회에 사업계획을 제출해 중앙·자치단체 예산을 배정받게 된다.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추가로 1~2월에 사업계획을 소폭 변경하는 경우도 있지만, 추가로 농기계를 구입해야 할 경우 대부분 추경을 해야 한다.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예산을 기재부와 논의하는 기간에 전환작물을 재배하는데 필요한 농기계를 갖추는 적극적인 노력도 함께 했어야 한다는 것. 한 지자체 공무원은 “목표면적에 대한 할당이 내려왔고 신청이 저조해 어머니에게라도 콩 농사를 지으라고 하려했다”면서 “손으로 콩을 심을 수도 없는데 기계도 없어서 어머니에게도 부탁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세 차례나 나온 추가대책=농식품부의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계획도 갈팡질팡했다는 평가다. 지난 1월 5일 추진계획 확정안을 발표한 후 3차례나 추가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현장 민원을 추가로 반영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애초에 보다 세심하게 사업계획을 세웠었더라면 이처럼 신청률이 저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농식품부가 ‘2018년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추진계획을 확정해 언론에 공개한 것은 지난 1월 5일이다. 확정된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의 골자는 2017년 쌀 변동직불금 수령농지 5만ha를 대상으로 생산조정을 실시한다는 것. 평균 지원단가는 ha당 340만원.

신청면적은 최소 1000㎡ 이상으로, 다만, 2017년에 진행된 자발적 논 타작물재배지원농가의 경우 전환면적을 최소 1000㎡ 이상 유지하면서 신규면적을 추가 신청할 경우 예외적으로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2017년 자발적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참여 농지에 대해서는 지원액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참여하는 논콩 재배농가를 위해 기존 콩 수매물량을 늘려 대립 1등급을 기준으로 4100원에 3만톤을 수매하기로 하면서 이중 2만톤을 논콩에 배정하는 한편, 산지폐기 등 수급관리가 필요한 품목인 무·배추·고추·대파·인삼 등은 대체작목에서 제외했다. 신청기한은 1월 22일부터 2월 28일까지였다.

하지만 신청마감을 3일 앞둔 2월 25일까지 신청면적이 4050ha에 불과하자 농식품부는 신청기한을 4월 20일로 두 달가량 연장하면서 추가대책을 내놨다. 2017년산 쌀 변동직불금 지급 농지만을 사업대상으로 했던 당초 사업대상을 확대해 벼 재배 사실이 확인된 농지도 포함시켰고, 2017년 자발적 타작물전환 농가에 대해서도 신청인 소유 신규로 신청할 수 있는 면적이 없는 경우 예외로 인정했다. 또 인삼을 대상품목에 포함시키는 한편,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지자체와 농민에 대해서는 공공비축미 시·도별 물량을 배정할 때 사업 참여실적을 30% 반영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어 3월 15일 다시 타작물재배지원사업으로 콩을 심은 경우 수매가격을 kg당 4200원으로 높여 전량 정부가 수매하는 한편, 추가로 생산된 조사료에 대해서도 농협이 책임판매 하도록 하겠다는 내용과 2018년산 쌀에 대한 시도별 공공비축미 물량 배정시 논 타작물재배사업 실적을 50%로 높여 반영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2차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추가대책 발표 하루 전인 3월 14일 기준으로 집계된 신청면적은 9348ha였다.

하지만 2차례에 걸친 추가대책에도 불구하고 신청률이 저조하자 이달 3일 농식품부는 3차 추가대책을 내놨다. 지역RPC에 매년 지급되는 1조2000억원가량의 운영자금 중 4000억원을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참여실적이 높은 시·군 관내 RPC에 지원하기로 하는 한편, 해외공여용(APTERR)으로 공공비축미 매입과정에서 정부가 사들이는 4만톤가량의 물량을 경작면적의 10%이상을 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참여한 전업농에게 배정하기로 했다.

또 2017년 자발적 논 타작물재배농지의 신청 요건도 추가로 완화하는 한편, 농가 또는 법인이 10ha이상 규모로 단지화해 사업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1000㎡ 이상이라는 최소면적 요건에서도 예외를 인정하고, 마늘·양파 등을 심은 후 후기작으로 벼 대신 조사료 등의 동계작물을 심을 경우에도 지원을 하기로 한 것.

하지만 현장에서 제기되는 대부분의 민원이 대체작목을 재배에 필요한 농기계 지원이라는 점에서 3차례에 걸친 추가대책들이 현장요구와는 달리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타작물재배를 규모화 한 40개소를 대상으로 2억원 가량의 농기계지원 예산을 추가적으로 확보해 놓은 상황인지만 당장 한 해 농사의 작목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농민들로서는 ‘내 지역 농기계임대사업소에 농기계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참여를 유인하는 동기로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현장사례/조남희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참여농가
“5000평 콩 일일이 손으로 심을 수도 없고 난감”

생산조정 필요성 공감했지만
파종기 임대도 못하니
당장 농사지을 일 막막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콩에 적합한 논 전환 가능

▲ 올해 5000평이나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신청했다는 조남희 씨가 콩을 심을 계획인 보리밭을 가리키고 있다. 

“5000평(1.6ha가량)을 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신청하고 콩을 심으려고 하는데 농기계임대사업소에는 파종기가 없다고 하니 이걸 손으로 어떻게 심습니까?” 전북 정읍 쌀전업농인 조남희 씨의 말이다.

쌀 전업농이기도 한 그는 정부의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정책에 맞춰 올해 5000평 규모의 논에 벼를 재배하는 대신 콩을 심기로 하고,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신청을 했다. 평균 1평당 1kg가량이 생산된다는 계산 하에 정부지원금을 합치면 그럭저럭 벼농사보다는 낮겠다는 판단에서다. 또 쌀전업농으로써 생산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부의 지원이 전업농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정책에도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신청을 하고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콩 재배와 관련된 농기계가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콩을 베는 콤바인은 물론, 트랙터에 부착해 콩을 심을 수 있는 부속작업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 씨는 “벼 대신 콩을 심으로라고 해서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에 신청을 했는데, 콩 심을 기계가 없다”면서 “5000평에 일일이 손으로 심을 수도 없고, 기술센터에서는 예산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준비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내놓는 조 씨는 “이런 일을 할 거면 작목을 전환하기 위해 어떤 농기계가 필요한지를 살피고 준비해야 했는데 이런 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신청률이 저조하다고 하는데 이유가 이런 것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조 씨는 “콩을 심으면 벼보다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하고, 또 지대가 낮은 지역의 경우 침수피해 우려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전업농으로서 쌀 수급조절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또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이 시행되면서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작목전환을 결심했는데, 이걸 어떻게 심을지 답답하다”고 전했다.

논콩 5000평 농사를 지으려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농기계를 농가가 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 농기계임대사업소에 비치해달라는 것.

그는 “지금이라도 지역별 신청면적 등을 고려해 농기계를 지원해주는 게 가장 필요한 지원책”이라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나 되는 면적에서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이 실시된다고 하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환작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 영농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꼼꼼히 점검해서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사업이 2년간 예정이 돼 있는데, 장기적으로 지원이 된다면 논의 형상을 바꿔서 콩재배에 적합하게 바꿀 용의도 있다”면서 “계획된 지원기간이 짧다보니 작목전환에 고민하는 농가들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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