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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은 #Me Too의 안전지대인가?
   

오미란 젠더 & 공동체 대표

농어촌, 권위주의 가부장 문화 속
외국인 여성노동자 인권 ‘사각지대’
성폭력 예방 및 인권교육 늘려야


예부터 여성의 삶은 가족을 위한 희생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왔다. 여성이 칭송받는 이유는 남편에 대한 내조를 잘 하거나, 부모 봉양을 잘 하거나, 자식을 출세시키거나 셋 중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공한 삶을 말할 때 남성에게는 사회적인 성공을, 여성에게는 자식을 성공시키는 역할을 잣대로 사용한다. 즉 가족 내에서 여성의 위치는 남성의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며 보조적 역할로 규정되곤 한다.

이것을 잘 보여준 드라마가 1992~93년까지 방영된 어느 방송국의 ‘아들과 딸- 귀남이, 후남이’ 라는 드라마다. 장남, 아들의 성공을 위해 딸, 여성은 욕망과 꿈을 접고 식당으로 봉제공장으로 막일을 하면서 뒷바라지를 해야 하고, 고된 노동만이 아니라 일터에서 삶터에서 남성의 추근댐이나 성폭력이 함께 수반되는 어려움을 잘 보여준 드라마다.

지금이니까 성폭력이라고 부르지 당시에는 그냥 추근댐이고 참고 견디는 상황으로 여겼을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멸스럽고 기분 나쁘고 견디기 힘들었던 일들이 성평등 교육을 받고 나서야 ‘성폭력 범죄’라는 것을 알았다는 어떤 성폭력 강사의 고백이 떠오른다.

고용노동부가 3월 20일부터 4월 27일까지 외국인노동자 고용사업장 504곳을 대상으로 여성노동자 성폭력 합동점검을 한다고 한다. 농어촌지역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어서 점검대상 중 농축산·어업 분야 사업장 비율 약 70%가 대상이라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고용조건에 놓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우려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관계의 불안은 그들에게는 목숨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고된 농사일을 집도 아닌 하우스에서 숙식을 하면서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를 불안한 상황은 그들이 성폭행이나 추근댐을 털어놓기 어려운 요인이다.

국경을 떠나서, 지위의 고하를 떠나서 권위주의 가부장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서 일반화된 것은 여성의 몸을 추근댐이나 희롱의 대상화하는 현상이다. 전쟁 중에는 여성포로에게 가해지는 일차적인 행위는 성폭행이고, 회식자리에서는 술시중이고, 일상에서는 성적 농담과 성추행으로 표현된다. 어쩌면 이런 일상화된 성폭력을 범죄로 기억하기 보다는 당연시 해왔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권위적인 문화가 강할수록 성폭력과 성추행이 동반되는 경우가 높게 나타난다. 이것은 가부장적인 인식이 강한 농촌지역이라고 해서 예외일수는 없다. 특히 외국인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농장이나 들판에서 성폭력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농어촌 지역에서는 ‘미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문제는 그들의 노동조건이 성폭력이 발생해도 누구에게도 감지되지 않거나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농업노동자로 종사하는 그들의 고용조건은 1~2인의 소규모 고용이고, 농어촌의 특성상 외따로 떨어진 곳에 농장이나 들판, 숙식 장소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성폭력이 일어나더라도 누군가가 알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또한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용의 불안만이 아니라 언어능력도 취약해 의사소통이나 표현하는 것도 익숙지 않다는 점 때문에 주변의 관심이 있지 않고서는 어려움이 제대로 파악되기 힘들다. 또한 성폭력상담소도 없거나 있더라고 읍내에나 있어서 그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어디에 말해야 할지 모른 경우도 허다하다.

농어촌 지역의 주민들에게 성평등 의식이나 인권의식 향상을 위한 교육은 단순히 미투만이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점점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홀로 살아가는 가구들이 증대하고,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라 방문요양보호사(도우미)가 점점 확대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여성이다.
따라서 이들의 노동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의 인권의식, 성폭력 예방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농어촌 지역의 성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능사가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농장주나 사업자에 대한 성폭력 예방 교육 및 노인복지서비스 대상자,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의식과 인권의식 증진을 위한 교육이 확대되어 인식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지역주민들이 성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마을문화를 개선하고 외국인 노동자 여성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문제가 있을 때는 이들 대신에 고발하고 도움기관과 연계해주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이제 농어촌 지역에서 마을주민들이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With You를 시작할 것을 제안해 본다. 들판이 농장이 그녀들이 미투의 안전지대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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