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기술 확립·안내서 배포

자연수분 비해 착과율 1.6배
인공수분보다 비용 68% 절감
배꽃 10% 피었을때 방사해야


배꽃이 개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일이 손으로 해온 배 수분작업을 화분매개곤충인 꿀벌로 대체하는 기술이 확립돼 재배농가의 일손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을 시험포장에 적용한 결과, 벌을 방사하지 않은 자연수분에 비해 1.6배 높은 착과율을 보였고, 인공수분에 비해 68%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5일 배 수분작업을 꿀벌로 대체할 수 있도록 배 품종별 꿀벌 사용량과 방사시기를 구명하고 착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기술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이번에 확립한 기술을 농업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서를 제작, 배포하고 교육을 통해 신속하게 보급시켜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 배 재배면적의 80%를 차지하는 ‘신고’ 품종은 꽃가루가 나오지 않아 곤충을 통한 자연수분이 어렵다. 따라서 배 재배 농가의 경우 배 수분작업을 손으로 하는 인공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인공수분은 안정적으로 배를 수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짧은 개화기 동안 집중적으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개화기 날씨에 따라 수정 효과가 좌우되는 등 어려움이 많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에서 배 품종별 꿀벌 이용방법에 대한 기술을 이번에 확립했다. 이에 따르면 ‘신고’ 품종의 경우 1ha당 벌통(일벌 1만 마리 기준) 5개, 국내 육성 품종인 ‘황금배’와 ‘원황’은 1ha당 벌통 3~4개, ‘추황배’의 경우 최소 2개의 수분용 벌통이 필요하다. 꿀벌을 방사하는 시기는 배꽃이 완전히 피기 5일 전부터 2일 전까지인데, 배꽃이 약10% 정도 피었을 때가 적당하다. 다만 꿀벌을 이용한 수분은 과수원 내 수분수가 식재돼 있거나 수분수 가지를 접목하는 등의 작업을 한 후에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개화기가 끝난 후에는 벌통을 치운 후 살충제를 살포해야 하며, 주변 농가와 약제 살포 일정을 공유해 꿀벌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이 이번에 확립된 기술을 2016년과 2017년에 배연구소 시험포장에 적용한 결과, 착과율이 ‘신고’는 64%, ‘황금배’ 91%, ‘원황’ 90%, ‘추황배’ 78%였다. 이는 인공수분 시 착과율인 ‘신고’ 71%, ‘황금배’ 94%, ‘원황’ 100%인 것과 비교해 80~90% 수준이다. 그러나 벌을 방사하지 않은 자연수분에 비해서는 1.6배 높은 수치라는 것이 농진청의 설명이다. 또한 인공수분에 비해 비용은 약68% 줄었으며, 과실의 품질은 인공수분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꿀벌임대료, 인건비 등을 감안해서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10a당 29만원의 경제적 이익이 추정됐다.

이경용 농진청 곤충산업과 농업연구사는 “벌꿀을 이용한 배 수분작업을 통해 인공수분에 필요한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재배농가의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며 “양봉농가에서도 화분매개용 꿀벌로 소득이 증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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