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단순 실수” 해명에
한농연 “기강해이 심각” 질타
전 품목 관세율 검증 촉구


수입관세와 관련된 법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가 한·칠레FTA에 따라 적용되는 칠레산 포도에 대한 계절관세를 계절관세 기간이 아닌 때에도 적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의 발단은 기재부가 지난 2015년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발생했다. 한·칠레FTA의 관세율 협정에 따르면 칠레산 포도는 11월부터 4월까지 계절관세가 적용되고 이외 기간에는 45%의 일반관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계절관세율을 0%로 변경하면서 연중 일괄적용 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한 것.

기재부는 ‘실무진의 단순실수’라고 밝히면서 지난 3일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통상 시행령 개정은 담당→과장→국·실장 등의 검토를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이 되고, 국무회의에는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해 이를 확정한다는 점에서 실무선은 물론 행정부처의 수장들마저 이를 검증해내지 못했다는 데 충격이 더하고 있다.

한농연은 이에 대한 성명서에서 “더욱이 기재부·농식품부·산자부·관세청 등 관련 부처들의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국무회에서까지 의결이 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오류 발견경위에 대해서도 “지난해 11월 서울세관의 행정관이 오류를 발견해 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었겠느냐”며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포도는 한·칠레FTA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품목으로 지난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FTA피해보전 및 폐업지원대상품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 노지포도와 시설포도가 피해보전 및 폐업지원품목으로 선정된 당시 노지·시설포도농가 각각 3702호(1406ha)·681호(269ha), 2016년에도 각각 3207호(1108ha)·332호(129ha)가 폐업지원을 신청했었다. 또 폐업한 농가들이 복숭아·아로니아·자두·사과 등으로 작목을 전환하면서 이들 품목에서는 생산과잉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농연은 “이번 사태로 인해 FTA와 관련해 농축수산물을 포함한 전체 교역 품목의 관세율의 전면 검증에 나서고 책임자 문책 등을 통해 공직 사회 내 기강 해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국회 또한 농식품위·산자위 등의 국정조사권 발동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이번 사태와 유사한 오류가 더 있는지를 철저히 검증함은 물론 재발 방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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