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양파를 산지 폐기하면서 수입비축 양파는 방출하는 정부의 수급대책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지난 3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일대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강재남 기자

공급과잉에 가격폭락 우려되자
1만9000톤 산지 폐기 결정
aT는 수입비축물량 공매 나서
농가 “수입산부터 폐기” 원성


햇양파 산지 폐기와 수입 비축 양파 방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이를 접하는 양파 농가의 시각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햇양파 폐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수입 양파를 먼저 폐기하거나 시장 출하를 억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양파 농가들은 주장하는 반면 정부에선 최대한 시장 상황을 보며 출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산 양파 생산량이 급증해 가격 폭락이 우려되자 양파 수급대책의 일환으로 조생종 양파 1만9000톤을 우선 산지 폐기키로 결정, 현재 산지에서 산지 폐기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달 30일까지 정부 수입 비축 양파 직배 실수요업체를 모집했고, 조만간 해당 물량이 배분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양파 산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에서부터 이제 막 생산이 시작된 조생종 국내산 햇양파는 폐기하면서 수입 물량은 방출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 여기에 햇양파 산지 폐기 비용도 농가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경남의 한 양파 산지 관계자는 “비축 물량을 먼저 폐기하는 것이 옳다. 햇물량은 폐기하면서 비축물량은 내놓는다는 것을 산지에선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너무 많은 양을 비축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주의 한 농협 관계자도 “국내산보다는 수입 농산물을 폐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산지 폐기 비용도 비닐 제거 작업 등은 농가가 해야 해 작업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 부분을 간과하고 산정한 부분이 있다. 산지유통인의 포전거래가보다 낮게 책정돼 있어 불만인 농가들이 많다”고 밝혔다.

반면 농식품부는 수급조절매뉴얼상 수입 물량을 비축했고, 시장 출하도 자제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품성이 있는 비축 물량을 폐기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산 양파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햇양파가 나오면서 가격도 비교적 높아 TRQ(저율관세할당)를 가동할 수밖에 없었고, 수급조절매뉴얼을 보고 수입 물량을 비축했다”며 “현재 감모율을 감안한 재고량이 3630여톤인데 시장 가격을 보면서 탄력적으로 방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상품성이 있는 비축물량을 폐기할 수 있는 규정도 따로 없어 폐기를 할 수는 없다”며 “중만생종까지 타격이 가해질 수는 없고, 비축한 수입 물량에 대한 마지노선도 다가왔기에 수급 점검 회의 등을 거쳐 수입물량 출하에 신중을 기해 출하를 진행키로 했다. 산지 폐기 가격도 최대한 농가 입장을 반영해 가격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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