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주산지, 경북 안동을 가다

▲ 봄철로 접어들었지만 지난해산 저장사과 물량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안동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김갑동 씨가 저장창고에서 사과 저장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과 수확 시기는 아니지만 사과 산지는 수확기보다 더 바삐 돌아가고 있다. 지난가을 수확 후 저장해 놓은 물량은 봄철을 맞아 막바지 출하에 집중해야 할 시기고, 2018년산은 가지치기 작업이 마무리되며 꽃눈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사과 산지에선 무엇보다 저장물량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사과 주산지인 경북 안동을 찾아 저장사과와 2018년산 사과 동향을 점검해봤다.


저장업체와 4월 말까지 계약
5월 지나면 추가비용 내야

10kg 2만원 초중반대 
‘약세’ 불구 출하 계속 밀려
햇사과에도 악영향 우려

“1986년 사과 농사 시작
그때도 한상자 3만원이었데
30년 지난 지금 더 낮다니…”


“지난가을에 사과 10개를 수확했다면 이 중 8개가 아직 저장 창고에 있습니다. 저장창고 계약만료 기간은 다가오는데 막막할 따름입니다.”

경북 안동시 임하면의 한 저장창고. 3월말 현재 이곳엔 사과 농가 김갑동(69) 씨가 지난해 가을 수확한 사과 중 2000상자(1상자에 18kg)가 아직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저장돼 있다. 이는 지난해 수확 대비 80%나 되는 많은 양이다.

김 씨는 “조·중생종인 홍장군 일부와 만생종이자 저장 사과인 부사를 주로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부사 2500상자를 수확했는데 (출하가 상당수 진행됐어야 할) 3월 말임에도 아직 2000상자나 저장 창고에 있는 상황”이라며 “시세도 안 나오고, 저장 정보도 알 수 없으니 그저 답답한 마음만 안은 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 최근 사과 시세는 기대와 달리 침체돼 있다. 3월 29일 가락시장에서 사과(부사) 10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당초 전망과 달리 2만1371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2만원 초중반대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2~2016년의 3월 평균 시세는 3만1865원, 지난해 3월엔 2만4218원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저장량은 후지 생산량 감소로 그 전년 대비 4% 적은 226만3000톤 내외로 추정돼 저장사과 시세가 비교적 양호하게 지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소비 침체와 더불어 무관세 오렌지 등 수입과일이 늘면서 사과 시세가 약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사과 저장을 이어오고 있지만 마냥 시간이 허락되는 것도 아니다. 당장 4월말이면 저장창고 계약기간이 만료돼 추가적인 비용까지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저장사과 출하를 여름까지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김 씨는 “현재 저장창고 업체와는 4월말까지 계약이 된 상태고, 5월부터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지금쯤이면 저장 물량이 상당수 출하돼야 할 시점인데 내가 다 먹을 수도 없고 저장비는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김 씨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사과 저장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시장에선 파악하고 있다. 자칫 여름부터 나올 햇사과 소비와 시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락시장의 김용흠 서울청과 경매부장은 “산지에 저장 물량이 많은 편이다. 소비 침체와 수입과일 영향으로 계속 출하가 밀리고 있어 자칫하면 여름까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렇게 되면 햇사과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사과 소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초 지난겨울 강한 한파로 우려했던 동해 피해는 적어 2018년산 산지 작황은 아직까지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갑동 씨는 “올해산 사과의 경우 일부 냉해 피해를 입은 나무도 있지만 이틀 전에 가지치기 작업을 마무리했는데 꽃순이 많은 것으로 봐 전체적으로 꽃이 많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 ”며 “물론 사과 수확까지 남은 기간이 많지만 현재까지는 작황이 양호한 편”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1986년도부터 사과 농사를 시작할 당시에도 한 상자에 3만원이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3만원이 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사과값이 높다는 보도는 지양돼야 한다. 정부와 농협에서도 저장 및 가격 정보 등을 수시로 산지에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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