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부터 산업 축소
선물용 대부분 수입산 ‘답답’
청탁금지법 이후 소비 침체 여전
화훼도 원산지표시 도입해야
“우리 농가들이 재배한 난을 키우고 선물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30년 넘게 풍란 연구에 몰두해 온 허민수 산내들육종원 대표(58·경기 하남)가 꺼낸 말이다. 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과 대기업 세포공학연구소에서 일 했던 그는 90년대 초 얘기치 않게 육종원 경영을 맡게 된 후 지금껏 풍란과 함께 하고 있다.
허 대표는 “80·90년대를 지나오면서 화훼산업이 성장하는 듯 했지만 10여년 전부터는 서서히 산업규모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진단하며 “더욱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줄어든 소비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이 더해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난 소비가 활발할 때는 1년에 100만개 이상 풍란 모종을 생산했지만 지금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또 도시화된 환경에서 자라는 요즘 세대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식물을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풍란과 같은 식물을 키우는 일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화훼산업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허 대표는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의 난 재배농가가 사라진 상태”라며 “출하처가 없다보니 모종을 생산할 수가 없어, 수십년간 밤에 불 한번 끄지 않았던 배양실을 1년 동안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선물용으로 주고받는 동양난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것. 허 대표는 “동양난의 99%가 대만이나 태국 등에서 들어오고 있다”며 “수입한 후 1주일도 안 돼 출하하는 것을 우리나라 난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호접란은 외래종이지만 오히려 국내에서 재배해 국내산으로 봐야한다”며 “저는 물론이고 재배자협회 등이 거래되는 난에 원산지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품종으로 등록된 난이 선물용 등으로 유통될 때 인센티브를 준다면 수입도 억제되고 농가소득도 올라갈 것”이라며 “이런 부분들이 제도화되면 화훼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풍란 분야에서 신지식인농업인으로 선정된 허 대표는 육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분자육종 분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난과식물육종가협회, 민간육종가협의체, 난재배자협회 등 난 관련 단체에서도 임원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난 전문 쇼핑몰(www.mrbyuni.com)도 운영한다. 그만큼 풍란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허민수 대표는 “소비 감소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도 자꾸 올라 난 재배농가들의 경영 여건이 너무 어렵다”며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난이 활발히 소비되고 유통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 기자명 김관태 기자
- 승인 2018.03.23 19:01
- 신문 2996호(2018.03.27)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