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수 대표가 자신이 개발해 국립종자원에 등록한 품종 ‘수홍’을 들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산업 축소
선물용 대부분 수입산 ‘답답’
청탁금지법 이후 소비 침체 여전
화훼도 원산지표시 도입해야


“우리 농가들이 재배한 난을 키우고 선물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30년 넘게 풍란 연구에 몰두해 온 허민수 산내들육종원 대표(58·경기 하남)가 꺼낸 말이다. 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과 대기업 세포공학연구소에서 일 했던 그는 90년대 초 얘기치 않게 육종원 경영을 맡게 된 후 지금껏 풍란과 함께 하고 있다.

허 대표는 “80·90년대를 지나오면서 화훼산업이 성장하는 듯 했지만 10여년 전부터는 서서히 산업규모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진단하며 “더욱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줄어든 소비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어려움이 더해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난 소비가 활발할 때는 1년에 100만개 이상 풍란 모종을 생산했지만 지금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또 도시화된 환경에서 자라는 요즘 세대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식물을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풍란과 같은 식물을 키우는 일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화훼산업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허 대표는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의 난 재배농가가 사라진 상태”라며 “출하처가 없다보니 모종을 생산할 수가 없어, 수십년간 밤에 불 한번 끄지 않았던 배양실을 1년 동안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선물용으로 주고받는 동양난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것. 허 대표는 “동양난의 99%가 대만이나 태국 등에서 들어오고 있다”며 “수입한 후 1주일도 안 돼 출하하는 것을 우리나라 난이라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호접란은 외래종이지만 오히려 국내에서 재배해 국내산으로 봐야한다”며 “저는 물론이고 재배자협회 등이 거래되는 난에 원산지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품종으로 등록된 난이 선물용 등으로 유통될 때 인센티브를 준다면 수입도 억제되고 농가소득도 올라갈 것”이라며 “이런 부분들이 제도화되면 화훼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풍란 분야에서 신지식인농업인으로 선정된 허 대표는 육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분자육종 분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난과식물육종가협회, 민간육종가협의체, 난재배자협회 등 난 관련 단체에서도 임원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난 전문 쇼핑몰(www.mrbyuni.com)도 운영한다. 그만큼 풍란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허민수 대표는 “소비 감소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도 자꾸 올라 난 재배농가들의 경영 여건이 너무 어렵다”며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난이 활발히 소비되고 유통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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