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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문재인 농정은 '3무 농정'과 무엇이 다른가이상길 논설위원 ㆍ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장
   
 

“대통령이 바뀌었을 뿐, 농정은 이전 정부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어요. 다른 분야는 적폐 청산이 나름 진행 되고 있는데 유독 농업만 예외예요. 대통령이 단 한 차례도 농정 개혁 의지를 내놓지 않고, 농어업특별기구 설치 공약도 안 지켜요. 이런 마당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업비서관, 수석행정관이 죄다 선거 출마한다고 나가요? 농정개혁은 물 건너갔습니다. 그동안 농정을 망쳐온 구태 관료들만 살판났어요.”

요즘 농정 돌아가는 모양을 바라보며 농민, 시민사회에서 하는 말이다. 이들의 말과 표정에는 배신감까지 묻어난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개월, 그동안 혹시나 하는 희망으로 농정대개혁을 기다려온 인내는 농정 컨트롤 타워 공백사태를 목도하면서 깨져 나갔다. 이제 범 농업계와 시민사회가 연대, 농업 적폐 청산과 농정대개혁을 위한 비상 공동행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더 이상 농업 홀대를 용납할 수 없어서다. 지금 바로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무너진 농업과 농촌이 회생할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힘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인만큼 농업분야도 적폐 청산과 개혁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이젠 분노로 변해가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 지경 까지 온 과정을 톺아 보면 현 사태의 배경에 농정을 장악한 관료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농정 철학과 기조를 근본부터 바꾼다면서도, 한편으로 4차산업, ICT 융복합 첨단농업, 6차산업 육성 같은 종전의 경쟁력 지상주의를 답습한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농정 철학과 기조부터 바꿔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한다고 공약하고,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 직불제 중심 농정을 강조한 만큼 개혁에 대한 기대는 컸다. 대선공약의 일부를 보자.

“이명박 박근혜 농정, 완전 실패작입니다. 무관심, 무책임, 무대책의 3무 농정입니다...경쟁과 효율만을 추구한 농정의 결과가 농어업의 위기를 더욱 키웠습니다. 농정 철학과 기조부터 바꾸겠습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겠습니다. 직불제 중심 농정으로 바꾸겠습니다. 농어촌 지역을 다시 살리겠습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를 설치하겠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폐지한 협치기구 부활하겠습니다.” 

이를 보면 당연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 경쟁과 효율만을 추구해온 기존의 농업 적폐가 청산되고 농정대개혁이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10개월이 지난 지금, 개혁이 가시화되기는커녕 관료들에게 농정이 포획된 민낯이 드러나면서, 개혁 실종에 대한 걱정이 팽배하다.

한 농민단체 대표는 “10개월 동안 대통령은 한 번도 국정연설, 대국민담화 등에서 농업과 농민을 언급하지 않고, 농업개혁 의지도 표명하지 않았어요. 대통령 면담 요구도 묵묵부답이고요. 3무 농정이라고 하더니, 문재인 정부가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중간에서 구태 관료들이 농단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농정개혁 실종의 배경에 관료들이 있다는 의심은 지난해 7월19일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가 대통령의 공약조차 제대로 담지 않으면서 제기된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의심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자문기구로 설치된 농정개혁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확신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농민시민사회에서 참여한 여럿의 농정개혁위원들이 “농정개혁위는 자문기구 일 뿐이어서 논의의 강제성도 없고, 위원들의 의견이 관료들을 거치면서 축소 왜곡되고 있다”고 토로해왔다. 

이런 지형에서 정현찬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민간위원들이 농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전국순회토론회 등을 통해 개혁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장관 자문기구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그마저도 이번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허공에 떠 버린 셈이다.

애초 농식품부 만으로 국민의 먹거리와 농업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정부 내에서 농업에 대한 관심이 희박한 상황에서 농정개혁을 하려면 결국 대통령이 공약한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농민 시민사회 진영이 이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특별기구 관련 법안은 일부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좌절됐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대통령 결단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지만, 바로 그 청와대로부터 각종 위원회를 일괄 폐기한다느니 하는, 농어업특별기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물며 문제를 챙겨야 할 장관과 농업비서관, 선임 행정관이 입신의 길로 나섰으니, 대체 누구와 농정개혁을 도모하란 말이냐”는 분노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번 농정 공백 사태는 주요 농정 책임자 3인의 사퇴에서 직접 비롯됐지만, 근본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파워엘리트들이 과연 농업에 대한 관심이 있고, 공약을 지켜 농정대개혁을 이룰 의지가 있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농정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농정과 같은 것인가?” “대통령이 농민들과 직접 소통한다는 공약을 지킬 것인가?” “농특위를 설치한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은 유효한가?” “개혁을 관료들에게 맡길 것인가?”

그나마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한 개헌안에 식량의 안정적 공급, 생태 보전 등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과 국가의 의무를 독립조항으로 명시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지금 농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농정공약집을 회람하면서 그 공약과 이행의지를 확인하고 있다. 농민들에겐 너무나 야박하고 무관심한 이 나라에서, 농민들의 질문에 대답할 이는 문재인 대통령 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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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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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ky 2018-03-24 08:34:25

    명박ㆍ근혜는 못하고 재인은 잘한다라는 등식에서 캐어나시길~ 누군들 망치고 싶은 사라이 어딨겠어요 세상에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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