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겐 할머니와 뵌 적이 없는 조상님들의 묘소 옆에 조그만 밭이 있다. 어렸을 적엔 고구마도 심고, 고추도 심고, 밭 둘레엔 콩도 심어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엔 어린 마음에, 일요일에 특히 여름의 일요일엔 비가 오길 바랐다. 일요일마다 밭에 김을 매러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때부터 필자에게 잡초는 늘 사람을 힘들게 하고, 그러니까 제거해야만 하는 대상이라고 인식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에는 필자를 더 분노케 하는 잡초가 생겼는데 이름 하여 ‘외래잡초’다.

식물에게는 물, 햇빛 그리고 영양소가 있어야만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다. 그래서 농부들은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거름도 주고, 물도 준다. 그런데 이 잡초라는 녀석들이 작물 먹으라고 준 거름과 물을 빼앗아간다. 얄밉게도 뺏어간 물과 영양소를 이용해 작물보다 더 빨리 자란다. 그러면서 땅에 납작 눕거나 작물 위에 잎을 펴서 햇빛마저 훔쳐간다. 잡초의 이러한 능력을 경합력이라고 한다. 경합력이 강한 잡초는 작물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가고, 심지어는 죽게 만들기도 한다.

‘외래잡초’는 자생잡초에 비해 크기가 크고, 많은 씨앗을 퍼트리며,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다양한 환경에 잘 적응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렇다 보니 자생잡초에 비해 경합력이 강하고, 작물과 농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매우 높다. ‘외래잡초’이자 생태계교란종인 ‘단풍잎돼지풀’ 같은 경우는 1년 만에 3m까지 자라 옥수수보다 큰 키로, 그 큰 옥수수를 덮어버리기도 한다. 물과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햇빛마저 빼앗겨버린 옥수수의 수확량은 불 보듯 뻔하다. ‘가시박’, ‘가시비름’, ‘큰도꼬마리’와 같은 ‘외래잡초’는 굵거나 날카로운 가시를 가져 농작업자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큰 키와 굵은 줄기 때문에 농기계의 작업을 방해하거나, 심하게는 농기계가 파손될 수도 있다.

‘외래잡초’로 오염된 장소를 방치하게 되면, 더 많은 씨앗이 맺게 되며, 더 넓은 곳으로 퍼져나가게 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래잡초’는 반드시 제거해야 하며, 특히 농경지 내의 ‘외래잡초’는 반드시 방제해야 한다. 어느 광고에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카피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필자에게 잡초가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어차피 잡초가 생긴다면 그래도 우리 잡초가 나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이인용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연구관/한국잡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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