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통해 강력 비판
AI 발생 때 수입 금지 지역
미 전역서 발생 주로 ‘완화’
"FTA 체결 타 국가 등 빌미 제공"


미국산 가금육 수입에 대해 정부가 최근 이른바 ‘지역화’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수입 위생 조건을 개정한 조치를 두고 앞으로 수출국들이 ‘지역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 농업·농촌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농업계의 우려가 크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미국산 가금류 검사·검역 ‘지역화’ 고시는 농업·농촌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이번 수입 위생 조건 개정으로 인해 자칫 52개 FTA 체결 국가, 나아가 WTO 가입 국가 전체가 우리나라에 동식물 수입 검사·검역의 ‘지역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부터 미국산 가금육 수입의 ‘지역화’를 인정하는 내용의 수입 위생 조건을 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미국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지역에 상관없이 미국 전역의 가금육 수입이 전면 중단됐는데, 이번 개정으로 발생 주를 제외한 지역의 가금과 가금육 수입은 가능하도록 허용됐다.

한농연은 “농업계는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와 한중, 한미 FTA 등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핵심 비관세장벽인 동식물 검사·검역 관련 수입 위생 조건 완화 및 ‘지역화’ 전환 요구에 정부 및 통상당국이 단호히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을 요구해 왔다”며 “실제 2016년 TPP 예비협상 단계에서 상대국들이 강력하게 ‘지역화’ 전환을 요구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 같은 요구는 앞으로 더욱 강력해질 것이 명약관화다”라고 지적했다.

농업 분야의 타격을 미칠 중요한 통상 관련 조치임에도 농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됐다.

한농연은 “우리 정부가 3년여의 현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산 가금류 관련 ‘지역화’를 인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한농연을 포함한 농업계·축산업계 등과의 긴밀한 논의를 통한 정보 공유와 대응 방안 마련에는 매우 소홀했음을 엄중히 지적할 수밖에 없다”면서 “아울러 이번 ‘지역화’ 고시가 핵심 농정 컨트롤타워인 농식품부 장관과 청와대 농어업비서관·행정관이 전원 부재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더욱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농연은 “이번 ‘지역화’ 고시 파문과 관련해 국회 농해수위 차원의 강력한 진상 조사와 책임 소재 파악 등의 후속 조치를 조속히 시행함은 물론 향후 타 FTA 체결국과 WTO 회원국들의 거센 ‘지역화’ 전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지 대응 전략을 치밀히 마련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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