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시세 심상찮다

▲ 저장양파가 마무리되고 햇양파 출하가 시작되기 직전인 최근 양파산업은 큰 위기감에 봉착해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전남의 한 저장업체에서 양파가 선별돼 출하되는 모습.

▶중국산 양파 위협 고조 
외식·식자재업체 수요 급증
지난해 수입물량 ‘역대 최대’
수입산 가격 되레 더 높아

▶농식품부 수급대책 미흡
국내산 민간재고 출하 독려 등
3월 내 저장양파 소진 초점
위기감 팽배한데 산업진단 외면
수입산 급증 대응방안도 빠져


주요 채소류이자 민감 품목인 양파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생산량과 저장량이 감소했음에도 올 들어 계속해서 양파 시세가 바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입 물량은 물듯이 들어오고 있고, 국내산 저장 물량은 제대로 빠지지 못하고 있다. 외식업체에선 이미 수입물량으로 원료 공급선을 잡고 있는지 늘어나는 수입산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양파 시세가 국내산 양파 시세를 넘어서고 있다. 조만간 햇양파 출하가 시작되는 가운데 저장 시세가 햇양파 시세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선 햇양파 출하를 목전에 둔 21일 2018년산 양파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지만 위기 분석 없는 뒤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파산업 위기감 팽배=22일 가락시장에서 양파 1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이 690원, 20일엔 626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양파 시세는 600~700원대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양파 시세는 1451원, 평년 3월엔 1218원이었다. 특히 보통 양파 시세는 단경기, 즉 저장양파가 마무리되고 햇양파가 출하를 앞둔 3월말이 그 전보다 비교적 높은 시세를 유지하지만 올해는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실제 지난해 월별 양파 시세는 2월 1338원, 3월 1451원, 평년엔 2월 1164원, 3월 1218원 등 단경기인 3월 시세가 더 높게 유지됐었다. 반면 올 2월 시세는 1020원이었던 반면 최근엔 600원대까지 떨어지며 단경기 시세가 더 낮게 나오는 현상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햇양파 출하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저장물량이 많이 소진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저장양파가 햇양파 소비와 시세에 발목을 잡을 우려도 팽배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지난해산 양파의 생산량이나 저장량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되레 감소폭이 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생산량 감소로 2017년산 양파는 55만3000톤이 저장돼 2010년 이후 가장 적은 양의 양파가 저장됐다. 저장량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약세가 이어지는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이에는 소비 둔화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수입 양파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양파 수입량은 15만9328톤으로 2016년 수입량 5만5329톤보다 크게 증가한 것은 물론 역대 최대 수입량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산지에서 생산량이 증가해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서도 1~2월 수입량이 2만1660톤으로 역대 최대 물량이 들어왔던 지난해의 1~2월 수입량 1만9150톤을 넘어섰다.

더 큰 우려는 이미 양파의 주 소비처인 외식업체와 식자재업체 등에서 수입 양파로 원료 공급을 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락시장에서 수입 양파 가격은 22일 846원을 나타내는 등 최근 900원 안팎의 시세가 형성돼 있다. 국내산 양파 가격보다 수입산 양파 가격이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외식업체 등에서 수입 양파 활용도가 더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한번 원료선을 바꾸면 쉽게 돌리지 않는 업체들의 특성상 일시적으로 수입산 가격이 조금 높아도 계속해서 수입산을 쓰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진단 없는 뒤늦은 정부 대책=이런 현실 속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1일 ‘2018년산 양파 수급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주요 요지는 2018년산 양파 생산량이 지난해 산지가격 상승 영향으로 평년 대비 13% 증가한 139만8000톤 수준이 되고, 이에 4월 초 햇양파 본격 출하기를 맞아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이 우려된다는 것. 이에 저장양파가 3월내에 최대한 소진될 수 있도록 국내산 민간재고 출하 독려와 전국 농협계통매장 할인행사 등을 통해 재고 이월을 사전에 방지할 계획이다. 또 정부의 수입 비축 물량은 시장가격 형성에 부담되지 않도록 민간의 추가수입을 억제하는 수준에서 전략적으로 방출할 계획이다.

올해산 양파의 경우 정부와 양파산업 연합, 농협, 소비자, 도매시장 협의회가 참여해 유통협약을 체결하고, 우선적으로 조생종 양파는 시장 격리와 소비 촉진 등을 실시해 초과 공급량 이상을 흡수해 적정가격을 유도할 방침이다. 중·만생종 양파에 대해선 수매비축, 사전 면적 조절 등을 실시해 평년 수요량 대비 초과 공급량 전량을 시장 격리함으로써 가격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이번 대책에선 양파업계에서 가장 우려스러워하는 최근 양파 가격 약세에 대한 원인분석 등 최근 계속되고 있는 양파 산업 위기에 대한 진단이 빠졌다. 급증하고 있는 수입 부분 역시 언급되지 않았다.

또한 양파 수입량이 크게 증가해 이미 단경기 가격이 낮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에 대한 실제적인 대책 마련이 나오지도 못했다. 농식품부에선 올 들어 1월 16일과 3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 수급점검 회의를 진행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쳤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돌려보면 시세가 크게 꺾이기 시작한 2월부터 3월 중순까지 수급점검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즉 수급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선제적 대책 마련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산 양파 수확 이후 최근까지 양파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대책을 듣지 못했다. 최근 시장에선 저장양파를 빼내고 싶어도 물량 소화가 안 돼 혈안인데 이런 현실도 정부 대책에선 외면됐다”며 “이번 정부 대책은 시기도 늦고, 진단이나 반성도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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