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기준 산지쌀값이 16만9264원으로 17만원대 턱밑까지 도달했다. 5일과 15일 기준 연속 1%대의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회복세도 가파르다.

최근 펼쳐지고 있는 쌀값 회복세를 보면 ‘쌀은 참 정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급량이 줄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 아니야?’라고 하겠지만, 이 당연한 일이 참으로 어려운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서 감개가 무량하기까지 하다.

쌀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였다. 그리고, 2015년·2016년·2017년에 연이어 정부가 시장격리를 하면서 쌀값 지지에 나섰었다. 세 차례의 시장격리. 하지만 효과가 나타난 것은 2017년 수확기에 진행된 시장격리 때뿐이었다.

2015년과 2016년 시장격리에 대해서는 정부 관계자조차 ‘산지 쌀값이 더 떨어지지 않게 하는 조치’라고 말할 정도로 효과는 없었다. 왜일까? 시장에서 필요한 량을 뺀 과잉물량 이상 격리조치를 취한 건 딱 한번, 2017년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농민들은 ‘일단 과잉물량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해 쌀값을 안정시킨 후 공급량이 부족하면 정부가 격리한 물량을 풀어야 쌀값이 회복된다’는 주장을 해 왔었다. 일단 시장에서 격리를 했다가 다시 푸는 한이 있더라도 공급과잉량보다 더 많은 량을 시장에서 격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된 것은 2017년이 처음이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아주 단순해 보인다. 물가안정과 예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쌀이 소비자물가조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000에 불과하다. 차치하자. 그럼 이 과정에서 정부는 돈을 아끼기는 했을까? 그것도 아니다. 2016년산 쌀에 지급된 변동직불금이 무려 1조4900억원이나 된다.

‘같은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더라도 미리 당겨먹으면 가격이 오르고, 밀려서 시장에 나오면 가격이 내린다’ 가격 형성을 두고 유통가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그리고 2017년산 쌀 가격 형성에 적용할 수 있는 아주 적당한 말이기도 하다.

2015년산 구곡이 11월 말까지 재고로 남아 있던 2016년 수확기와 달리, 2017년 수확기에는 2016년산 구곡이 8월말에 대부분 소진됐다. 너나 할 것 없이 RPC들은 2017년산 조생종벼가 RPC에 들어오는 데로 도정해 판매하기 바빴고, 중만생종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조곡 매입량도 줄어든 것. 일명 ‘당겨먹기’로 인한 가격상승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같은 량이 시장에 공급이 됐더라도 8월말 이후에도 2016년산 구곡이 남아 있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쌀값 회복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참 먼 길을 ‘돌아돌아’ 여기까지 왔다. 이번 쌀 가격 회복이 쌀 수급정책에 주는 교훈은 아주 간결해 보인다. 구곡은 소진시점, 신곡은 공급량이 산지쌀값을 좌우한다는 것. 예산 아끼겠다고 더 많은 예산을 쓰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겠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고 농민들은 손 놓고 있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처럼 지속적으로 정책을 수립해 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올해 시행되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참여면적이 농민들의 자구적 노력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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