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효율성 악화” VS “영세 소상공인 보호”

공개변론서 양측 입장 팽팽
“농산물 소비에 좋지 않아”
생산자 목소리 전달 안돼 아쉬움


농산물 소비 영역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에 대한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넘어간 가운데 지난 8일 진행된 변론이 헌재 판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번 변론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이 위헌이라는 측과 위헌이 아니라는 측 등 양측 입장을 들었고, 이를 토대로 조만간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날 변론에선 대형마트 영업제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생산자와 납품업체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아 아쉬움도 남겼다. 다만 하나로마트의 영업제한 움직임에 대해선 정부도 반대 목소리를 내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사건일지=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제한 사건이 헌재에 접수된 것은 2016년 2월 26일. 당시 이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인천 중구청과 부천시, 청주시 등에서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영업 제한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나 10시까지로 정하는 처분 근간이 되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2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했다.

이에 헌재는 적법요건 등 검토, 의견서 수집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지난 8일 변론기일을 잡았다. 헌재는 변론 내용을 중심으로 조만간 위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양측의 입장은=위헌 여부의 핵심은 △명확성 원칙 위반 △영업의 자유 및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침해 △평등원칙 위반 △재산권 침해 △헌법상 경제 질서 위배 등의 여부로 이 부분에서 어느 쪽 입장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헌재 판결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변론에선 양측의 입장을 대변한 참고인 의견도 전달됐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위헌이라는 측에선 정진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의견을 냈다. 그는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공급 측면의 효율성을 악화시킨다. 영업제한으로 인해 줄어든 소비는 정책 목표와는 달리 대부분 온라인 구매나 중대형소매점으로 이전하고 소형소매점으로는 이전되지 않거나 이전 규모가 미미하다”며 “그 결과 전체적인 생산자 잉여가 크게 감소해 사회 후생을 낮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소비 측면의 효율성을 악화시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돼 거래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합헌이라는 측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략경영실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소상공인 비중이 매우 높고 그중에서도 자영업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특수성이 존재한다”며 “외국과 달리 대규모 점포의 지역별 출점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통시장 개방 후 대형마트 등이 골목상권 지역에까지 급속히 진출하고, 영세 소상인의 폐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또 그는 “영업규제의 효과를 부정하는 몇몇 연구결과는 영업규제의 효과를 측정하는 여러 참고자료 중 하나일 뿐이지 입법목적과 효과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영업규제로 인해 전통시장과 소상인의 매출이 증가하는 등 규제의 실질적인 효과도 충분히 인정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생산자 목소리는 없어=이번 사건의 청구인과 피청구인에 생산자나 납품업체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변론 현장에선 생산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정진욱 교수가 “생산자 사이의 형평성과 소비자 사이의 형평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부분과 평등성 원칙 위반 중 대형마트와 하나로마트 운영자를 차별 취급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만 농산물 판매 비중에 따라 차별대우가 인정된다는 산업통상자원부측 의견만 제시됐을 뿐이다.

그동안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농산물 소비에 좋지 못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자료 등 농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부분이다. 이에 이번 변론일에 이런 생산자 측의 의견이 전달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다만 기존에 하나로마트도 대형마트에 포함시키려는 일부 움직임이 있었으나 이번 변론에 산자부에서도 ‘농수산물 매출 비중에 따른 적용 제외’, 즉 농수산물 매출이 주를 이루는 하나로마트는 대형마트로 인정되지 않아도 되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밝혀 하나로마트의 영업 제한은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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