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영농 탓 비의도적 혼입 빈번…무더기 부적합 판정 우려”

▲ 윤여홍 경기동부인삼농협장은 인삼 재배과정에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PLS 제도 도입 시 농업분야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안전성 강화’ 취지 맞지만
국내 농업현실 고려 안돼
현행대로 PLS 시행땐 
전체 농산물 20~30% ‘부적합’
농가 피해규모 상상 어려워
원인 두고 법적다툼도 일 것


지금 농약잔류검사는 식약처에서 농약 1600여 종에 정해 놓은 허용기준 이하만 충족하면 적합 판정을 받는다. 그런데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PLS) 제도는 특정 품목용으로 등록된 농약 이외 성분이 검출되면 부적합 된다.

예를 들어 취나물 재배 과정에서 고추용 농약으로 등록된 ‘뷰프로페진(Buprofezin)’ 성분 농약을 사용한 후 안전성 조사 결과 잔류농약이 0.03ppm 검출 됐을 때 해당 농약의 최저 기준인 0.05ppm 이하여서 ‘적합’ 판정을 받는다. 반면 PLS 제도가 시행되면 0.01ppm을 적용하기 때문에 ‘부적합’으로 판정받게 되는 것이다.

안전성 강화라는 취지에서는 합리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복합영농형태인 국내 농업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탁상공론의 결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PLS 제도 시행에 가장 크게 문제 제기를 하는 농업인은 윤여홍 경기동부인삼농협 조합장이다. 이천시에서 33만㎡(10만평) 규모의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PLS 제도를 도입된다고 발표된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해 왔다. 다양한 품목이 혼재된 국내 농업 상황에서 법대로 시행되면 전체 농산물의 20~30%는 부적합 판정 대상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국내 농지 형태를 둘러보면 잘 정비된 평야가 아니면 들판에 논, 과수원, 비닐하우스, 인삼밭, 축사 등이 공존하는 구조라는 것이 쉽게 드러난다. 벼 방제를 위해 친 농약이 과수원과 인삼밭, 하우스로 날아 갈 수밖에 없다. 산지 주변에 위치한 인삼밭은 소나무재선충 등 병해충에 따른 항공방제로 인한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 결국 농업인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농약들은 바람이나 비, 토양 등에 의해 자연스럽게 전이되는 구조인 것이다.

윤 조합장은 “우리 농업의 특징을 보면 규모화 된 평야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들판은 복합영농 형태를 띠고 있다”라며 “이런 토지들은 바람, 비, 토양 등 비의도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농가의 피해 규모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것은 윤 조합장이 제도 도입의 순수성을 훼손하기 위해 과장되게 지어낸 말이 아니다. 국내 최대 인삼 유통 조직인 한국담배인삼공사(KT&G)는 지난해 PLS 제도 시행에 대비해 인삼농가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병해충 방제용으로 등록되지 않은 농약 성분이 검출되면 수매를 거부한다는 조항 넣으려고 시도했다. 당시 농민들의 문제 제기로 시행되지 못했지만 올해는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윤 조합장은 “KT&G는 그동안 축적된 잔류농약 검사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인삼에서 허용치 이하이지만 다양한 농약이 검출된다는 점을 알고 있다”라며 “PLS 제도가 도입되면 인삼 수매량이 최소 5%에서 최대 25%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부 분석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한 윤 조합장은 “수확한 인삼을 수매하면서 3곳의 샘플을 농협연구소에 잔류농약검사를 의뢰한 적이 있다”라며 “검사결과 우리 인삼밭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성분이 검출돼 심각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윤여홍 조합장은 “국민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반대할 농민은 아무도 없으며, PLS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소한 농업 현실을 감안한 보완 대책이 마련된 상황에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아무 보완대책 없이 제도를 시행하면 농산물의 부적합 원인을 두고 농민들 사이에 법적 다툼도 일어날 수 있다”라면서 “앞으로 남은 10개월 동안 농업현장에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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