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논설위원·친환경농축수산 유통정보센터장

올해가 친환경농업 원년을 선포한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1998년 11월 11일 당시 김성훈 농림부장관은 제3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업·농촌 재도약 및 친환경농업 원년’을 선포했다. 선포문 주요 내용을 보면 “농업의 환경보전 기능을 높이고 품질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의 실천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인 소명이 되고 있습니다. 농업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시켜 나갈 때 우리의 소중한 국토가 건강하게 보존될 것이며, 우리 농업은 한 차원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로부터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친환경농업은 과연 국토를 건강하게 보존했으며 우리 농업을 한 단계 도약시켰을까? 결론은 ‘아니다’다.

정부는 친환경농업 원년 선포 이후 친환경농업직불제 도입,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중장기 계획,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 출범 등 친환경농업 확산에 노력해왔다. 이에 따라 재배면적, 인증 농가 수, 판매장 등 양적 팽창은 거듭됐다. 2012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지만 2016년부터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도한 양적성장 못지않게 친환경농업에 대한 의심과 부정적 시각 역시 커져만 갔다. 소비자들은 친환경농산물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나아가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친환경인증을 반납하고 친환경농업을 포기하는 농민들이 늘었고, ‘친환경농업의 위기’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러한 불신과 친환경농업 위축의 일차적 책임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다. 그동안 친환경농산물의 공급확대 등 양적 팽창에만 몰입하면서 농업환경 보호를 위한 정책을 너무나 소홀했던 탓이다. 물론 양적 성장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생태계를 보호하고 흙과 물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반조성 대신 재배면적과 농가, 판매장 수라는 외형적,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면서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과 같은 충격적인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이를 인식해서인지 최근 정부도 많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의 정의를 재정립하고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늦게나마 정책방향을 선회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고 잘된 일이다.  

이러한 책임론에서 친환경농민들도 역시 자유롭지 않다. 진실하게 친환경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이 바보처럼 평가받는 현장의 폐해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바뀌어야 한다. 일부 소수 농가의 잘못이 친환경 농가 모두에게 피해가 돼서는 안된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2월 27일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친환경농업 재도약을 위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하고 사회 전체의 공리를 위해 생산하고, 환경과 순리에 거스름 없는 농업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결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의 잘못을 되짚어보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친환경농업을 ‘기술’, ‘안전’ 프레임이 아닌 철학과 신념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생명을 살리고 환경과 공존하는 철학으로 시작된 친환경농업의 본질을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한국농업이 살 길이며 국민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길이다.

20주년을 맞는 올해를 친환경농업의 진정한 원년으로 삼고, 재도약의 해로 만들어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친환경농업계 모두 친환경농업 본연의 정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농업의 목적을 재정립하는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결국 친환경농업이 지속가능한 미래농업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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