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부터 무관세가 된 미국산 오렌지가 집중적으로 수입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마트의 과일 매대에 진열돼 있는 미국산 오렌지.


대형마트 과일 매대 점령
한라봉 등 만감류 약세
사과·배 시세도 가라앉아
딸기·참외까지 타격 우려


봄철 과일·과채 시장에 무관세를 입은 미국산 오렌지 공습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에선 주요 경쟁 품목인 제주 노지 감귤 출하가 마무리된 이후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을 제기하지만 과일 산지에선 오렌지와 소비 영역이 겹치는 만감류는 물론 저장된 사과·배, 생산되는 딸기·참외 등 국내산 과일·과채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로 인해 미국산 오렌지는 3월부터 8월까지 적용되던 계절관세가 35%에서 순차적으로 인하돼 올 3월부터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 오렌지는 13만1675톤으로 국내 수입되는 오렌지의 절대 다수를 점유한다. 지난해 전체 오렌지 수입 물량은 14만1572톤이었다. 또한 미국산 오렌지는 계절관세가 적용되던 3~8월에 집중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올해 역시 3월 들어 본격적으로 무관세가 된 미국산 오렌지가 들어오며 과일 시장에서도 대대적인 행사가 진행되는 등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미국산 오렌지에 대한 우려는 일단 맛에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만감류에서부터 나온다.

가락시장의 고태호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다른 품목은 차치하더라도 3월 들어서도 출하가 계속되는 만감류는 미국산 오렌지로 인한 타격이 분명히 크다”고 밝혔다.

실제 가락시장에서 설 직후인 2월 중하순에도 1만원대 중반(3kg 상품)을 오가던 한라봉 시세는 3월 들어 7일 1만2012원, 8일 1만1900원 등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오렌지 역시 가격이 인하돼 가락시장에서 18kg 상품 기준 수입 오렌지(네블) 가격은 8일 4만5118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이 시기 5만원 초중반대보다 낮은 4만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만감류를 넘어 봄철 전체적인 과일·과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팽배하다. 과일의 경우 사과와 배 등 주요 저장과일이 봄철부터 초여름까지 이어서 출하돼야 하는데 미국산 오렌지로 인해 소비력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마트 등 과일 매대의 중심엔 미국산 오렌지가 점령하고 있고 3월 들어 사과와 배 시세도 가라앉아있다. 특히 봄철 주요 품목인 딸기와 토마토, 봄철에 출하가 본격화되는 참외, 여름철 주요 품목인 수박 등 과채류 시장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상복 충북원예농협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 소장은 “설 이후 저장과일이 팔릴 시기가 봄철인데 오렌지 가격이 떨어지면 국내산 과일 소비에 큰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당장 올해 봄철에 사과 시세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시세 형성이 안 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발주가 많지 않은데 이 한 원인이 미국산 오렌지를 중심으로 한 수입과일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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