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서울시 도입 추진에
“투명성·공정성 확보 어렵다”
한농연 등 농민단체 반발
농식품부도 “시기상조” 
조례 개정안 불승인 조치

여전히 찬반 논란 팽팽한데
정부 작년부터 입장 변화
“선행조건 이행시 검토 가능”
최근 도입 쪽으로 힘 실어


서울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또 다시 일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개설자인 서울시(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도입에 불을 지폈다면 이번에는 정부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정부가 논란을 부추기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도매시장 발전협의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시장도매인 찬반의 입장에 선 당사자들이 날선 토론을 벌였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경과는=서울시는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위한 조례를 개정해 지난 2012년 농식품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거래주체 간의 갈등 발생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합의 도출 등을 조건으로 승인해 줬다. 여기에는 농민단체 등 생산자들의 반발이 컸다. 3가지 합의가 조건으로 내걸어졌으나 출하자와 유통주체들의 합의가 불발되면서 조례 불승인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서울시가 가락시장의 도매권역 시설현대화 설계를 확정하면서 시장도매인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을 밝히면서 농식품부에 재논의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도매권역 1공구인 채소2동에 오는 2020년까지 15명의 시장도매인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시장도매인 운영성과 분석을 통해 순차적으로 시장도매인을 확대해 총 75명을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찬반 논쟁은 진행 중=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두고 찬반 입장은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은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면 출하자는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에게 출하가 가능해 선택권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출하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한 출하자들이 가격결정에 적극 개입이 가능하고, 경매대기 시간 절약으로 물류 효율성 증대의 효과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2000년에 농안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가능토록 했고, 입법자인 정부가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거래과정의 폐쇄성으로 투명성과 공개성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출하자인 농민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시장도매인은 거래가격과 물량 등의 정보를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기 때문에 거래내용의 축소신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정부가 공영도매시장을 설립하면서 도매시장법인은 수집을, 중도매인은 분산이라는 주체와 기능을 설정해 뒀는데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러한 공영도매시장의 기능이 약화 또는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논란 자초=이처럼 찬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농식품부는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따른 의견수렴을 거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도매시장발전협의회도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수렴 과정에서 농식품부가 과거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식품부의 입장 변화는 지난해부터 사실상 감지됐다. 지난해 12월 도매시장법인 및 공판장 CEO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워크숍에서 김상경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면) 출하자들이 시장도매인에게 휘둘릴 것이냐와 대금정산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그런데 전자는 과거 정보의 비대칭으로 발생한 것인데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그렇지 않다”며 “대금정산도 출하자들이 받아야 할 대금과 정보가 바로 공개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말한 바 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 측에서 주장하는 △거래과정의 폐쇄성 △대금정산의 문제 등이 해결되면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데에 힘을 실어준 발언으로 보인다. 과거 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시기상조”라고 말했던 농식품부의 입장에서 변화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농식품부의 입장이 최근에는 더욱 공고해 지는 분위기다. 도매시장발전협의회에 참석한 다수의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정부가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는 것이다. 검토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시장도매인도 여러 장치를 통해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돼 있고, 시장도매인제 도입으로 경매제가 위축된다는 우려 역시 중도매인을 추가 지정하거나 매매참가인을 확대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세농가 보호는 시장도매인 매수거래를 50% 이상 조건을 설정하고, 최저가격을 최대한 이용하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찬반 입장이 팽팽한 사안에 대해 또 다시 논란을 부추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면 정부의 정책의 혼선만 생기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농식품부가 서울시의 조례 조건부 승인이 전제가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거래주체 간의 갈등 발생 우려가 높다고 판단하면서 이들의 합의 도출을 조건으로 승인을 내 준 것이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조례를 불승인했다는 점을 든 것이다.

이를 두고 마두환 한농연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정부가 어느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정부 정책이 담당자가 바뀐다고 뒤집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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