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둘러 싼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지난 2000년 농수산물 가격 안정 및 유통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개정을 통해 시장도매인을 도입한 후 그동안 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2012년 서울시가 가락시장의 소매권역 시설현대화 완료 시점을 앞두고 시장도매인제 도입의 조례를 개정해 농식품부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당시 농식품부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거래주체 간의 갈등 발생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조건부로 승인했다. 농식품부가 내걸은 조건 가운데 서울시(서울시공사), 출하자, 유통인 등의 합의였지만 이 합의 도출이 실패하면서 조례는 불승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서울시공사는 가락시장의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에 농식품부의 입장은 분명했다. 2015년 7월 농식품부 담당자의 말은 “농산물 유통과 수급에서 가락시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상장경매 체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가락시장 거래제도와 관련해서는 현재 상황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였다. 이후 본보가 2015년 12월에 주최한 농산물 유통 진단과 발전방향 좌담회에서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의 말도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 준다. 이 관계자는 “산지에서의 교섭력이 미흡하고,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러한 농식품부의 정책 기조가 불과 2년이 지난 지금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연이어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과 관련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입장이 선회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했던 입장은 “왜 도입되지 않으면 안 되는가”로 바뀌었다는 것. 일각에서는 중도매인들이 사실상 포기했던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농식품부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불과 2~3년 사이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위한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정부가 거래제도와 관련해 혼란을 부추기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농민단체 관계자의 말을 정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농식품부는 오는 3월 말 출하자들로부터 시장도매인제 관련 의견을 청취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하다.

김영민 기자 유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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