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귀농학교는 지난 3일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정월대보름 잔치마당’을 개최했다.

인근 농장주 등 60여명 모여
풍년 기원하고 달집 태워
윷놀이 등 전통놀이 체험에
쏨땀·삼겹살 음식 교류도


“올 한해 농사도 잘 되고,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잘 지켜주십시오.”

지난 3일 경북 거창군 고제면에 위치한 거창귀농학교에선 특별한 정월대보름 행사가 진행됐다. 거창귀농학교 주최로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 온 이주노동자와 인근 농장주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정월대보름 잔치마당’이 개최됐다. 이날 잔치마당은 거창 귀농학교가 처음 마련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세시풍속 체험과 태국음식 시식 등을 통해 각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열렸다.

개회식에서는 고제면높은다리풍물패가 북과 장구, 꽹과리를 치며 행사분위기를 고조시켰고, 동남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한대수 거창귀농학교장의 안내에 따라 자연에게 차례를 지내며 올 한해 풍년과 서로의 안녕을 기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차례상 앞에 나란히 서서 우리나라 전통 예법에 따라 진행되는 차례를 호기심 있게 바라봤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은 윷놀이와 재기차기 등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놀이를 체험했고, 농장주와 함께 우리나라 족구와 유사한 태국의 전통놀이인 세팍타크로를 함께 즐겼다. 운동 후 배가 출출해진 행사 참가자들은 태국음식인 ‘쏨땀’과 삼겹살을 함께 먹으며 양국의 음식문화에 교류도 이어나갔다.

태국에서 온 이주노동자 잔(JAN) 씨는 “오늘 행사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도 체험하고 이주노동자들과 농장주들이 함께 모여 함께 맛있는 음식도 나눠먹어 기분이 좋다”면서 “내년에도 정월대보름 잔치마당이 또 열렸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해가 어둑해지자 귀농학교 운동장에서는 행사 참가자들이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사인 달집태우기를 하며 잔치마당을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농장주 하완기 씨는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한 해 농사일을 열심히 해준 덕분에 결과가 좋았다”면서 “오늘 하루만큼은 걱정 없이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기고,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거창귀농학교 측은 정월대보름 잔치마당 외에도 올 여름 백중날 이주노동자들과 농장주들이 함께 백숙을 나눠먹으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대수 거창귀농학교장은 “이주노동자는 우리 농촌의 일손 부족 때문에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고, 이들은 한국농업 발전을 이루고 논밭에서 같이 일하고 살아가야할 이웃이 됐다”면서 “하지만 언어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갈등과 충돌이 생기는데 이 같은 행사를 자주 진행해 이주노동자와 농장주의 마찰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금전적인 협찬과 참여를 한 농장주에게도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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