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작년산 마늘 보유’ 논란 왜

올해산 마늘 생산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경제지주)의 지난해산 협동마케팅 물량이 시장에 풀리지 않고 있어 마늘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협 측에선 시장 가격을 보며 출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생산량 과잉 예고 속에 현재 산지에서의 올해산 수매가가 농협의 지난해산 출하 기준액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어 시장에서의 혼란스러움은 가중되고 있다.

올 생산량 15% 증가 전망에
산지 수매가 하락추세 불구
농협 “손실 보고 팔 수 없다”
kg당 4700원 출하 방침

햇마늘 나오는 5월 이후면
가격 큰 폭 하락 불가피
3~4월 단경기 가격 상승시
수입량 증가 빌미 될 수도

업계 “시장상황 외면” 답답
농협은 “가격 예의주시 중…
햇마늘값 영향 없게 할 것”


농협과 마늘업계 등에 따르면 2월말 현재 농협이 협동마케팅 사업으로 보유하고 있는 지난해산 마늘 물량은 1만4000톤 가량. 농협에선 지난해 수매가를 놓고 볼 때 kg당 4700원은 돼야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 이 가격대를 출하할 수 있는 가격 기준선으로 잡고 있다.

반면 산지와 시장 상황은 이와 달리 흘러가고 있다. 우선 올해산 생산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고되며 산지에서의 수매가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양념채소관측팀에 따르면 올해 마늘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2만6368ha가 전망된다. 여기에 평년의 작황을 대입하면 생산량은 전년의 30만3500여톤 대비 15.3% 늘어난 35만톤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마늘은 2014년 35만3700여톤이 생산된 이후 2015년 26만6300여톤, 2016년 27만5500여톤 등 감소 추세이었다가 올해 다시 급증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정부 등에서의 비축 물량도 상당한 편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에서의 마늘 생산량이 크게 증가해 현지 가격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로 반입된 물량이 많았고, 이에 현재 비축량도 전년 대비 늘어나 있다. 

농경연 양념채소팀 관계자는 “지난해산 국내산 마늘 재고량 증가 속에서도 중국산 가격 하락에 따라 냉동마늘 수입도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재배면적도 증가해 생산량 과잉이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제주에서의 올해산 협동마케팅 마늘 계약단가가 kg당 2700원으로 결정되는 등 지난해 수준을 한참 못 미치는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한 마늘업계 관계자는 “올해산 수매가가 2700원이고 비축물량도 늘어나 있는데, 지난해산 가격이 4700원은 돼야 시장에 출하하겠다는 농협의 방침은 시장 논리를 전혀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일 햇마늘이 출하될 때까지 지난해산 물량이 풀리지 않으면 햇마늘 시장은 상상하기 힘든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올해산 햇마늘이 수확되기 직전에는 가격대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농협이 물량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단경기에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역시 마늘산업엔 좋지 않게 작용할 것이란 게 마늘업계의 주장이다.

또 다른 마늘업계 관계자는 “햇마늘이 나오는 5월 이후엔 생산량이 크게 증가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3~4월에 보유 물량이 풀리지 않으면 (연중 판매해야 하는) 유통업계에선 마늘을 구매할 수밖에 없어 가격이 반짝 상승할 수 있지만 이는 마늘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농협에서 4700원을 받으면 깐마늘 가격은 도매가 기준 7000원, 소매가로는 7500원 이상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마늘 수급조절매뉴얼상 심각단계가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수입 물량이 들어오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햇마늘이 나오면 가격은 급락하는데 그 직전엔 심각단계(상승 시)에 있듯 롤러코스터를 타면 식자재업계 수요도 수입산으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협에선 햇마늘 수확기 이전엔 출하를 마무리하겠다고 전제하면서도 가격대를 보며 출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햇마늘이 수확되기 전에는 출하를 마쳐 햇마늘 가격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것도 하나의 사업으로 조합에서도 손실(kg당 4700원)이 나면서까지 판매할 수 없기에 가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장에 출하될 것을 미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깐마늘의 국내 한 달 치 원료가 1만5000~2만톤 수준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물량이 지나치게 많다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1만4000톤의 물량 규모에 대해서도 업계에선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만4000톤이면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한 달 먹을 수 있는 양인데 단경기에 이 양은 엄청난 양이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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