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소비자에 과학적 근거 제시하려면
유기농식품 건강증진효과 규명 필요
‘인체 모니터링’ 강화 서둘러야


필자가 사는 곳은 도시 외곽의 면소재지 농촌마을이다. 가끔 동네 병원에 가보면 아침부터 어르신들이 만원이다. 물리치료실은 줄을 서야 한다.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서 한 보따리씩 약봉투를 들고 시골버스에 오르신다. 그 뒷모습에서 그분들의 지난 삶의 궤적이 엿보인다. 의사 선생님은 “농촌 어르신들은 여기 저기 아픈 데가 많은데, 딱히 병명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도시 사람들보다 더 많다”고 한다. 무슨 연유일까? 40년 이상 열심히 농사를 지은 결과가 이런 것인가?

건강의 개념은 신체적인 것을 넘어 사회적·정신적인 부문까지 고려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건강증진도 ‘질병의 감소와 건강능력의 향상’에서 나아가 ‘의료비 절감과 건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유기농식품의 건강증진가치는 유기농식품의 장기적 섭취를 위한 비용과 유기농식품 섭취로 인해 건강이 증진돼 생애의료비가 절감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경제적 관계 속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아건강(亞健康, yajiankang) 또는 미병(未病)이다. 이는 건강과 질병 사이의 제3의 상태, 질병의 전조증상 상태를 말한다. 두통, 수면장애, 피로감, 식욕부진, 정서불안, 전신무기력, 활기 저하, 혈당 증가, 면역력 약화 등을 수반한다. 아건강 상태는 환경오염, 식이섭취, 스트레스 등과 연관이 있다. 아건강 상태일 때 이를 잘 관리하면 건강상태로 환원될 수 있고, 이를 방치하면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생활환경, 음식섭취와 건강 위해물질의 인체 노출 사이에는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그것은 주로 먹이사슬을 통해 노출되고, 사람은 먹이사슬의 가장 끝에 있다. 농업 생산과정에서는 418개 농약이 사용되고 있고, 축산에서는 83개 농약이 사용되고 있다. 쌀 등 184개 품목의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는데, 쌀 생산에는 185개 농약이 사용되고 있다. 축산물 및 그 가공품 180여 품목에도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이 마련돼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유기합성농약이 1300여 품목이 등록돼 있다. 농약 등록 시 동물을 이용한 독성시험을 하지만 그 결과가 인간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인체노출은 장기 반복될 수 있고, 다른 유해물질과 함께 동시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약은 급성 건강 영향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노출될 때는 만성 건강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 여성, 임산부, 면역질환자 등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민감도가 높아진다.

4만2472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농산물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수입농산물(87.3%)이라고 한다. 그 다음으로 황사(75.4%), 일반농산물의 농약오염(68.5%)을 꼽았다. 수입농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이유는 수확 후 약품처리 등 농약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한다. 농약에 노출되면 일단 인체에 유입돼 DNA를 손상시키거나, 그 자체가 발암물질로 작용하기도 하고,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작용해 질병을 유발한다. 농민을 대상으로 살충제 등 농약에 직접적으로 장기간 노출된 경우의 질병 발생을 일반인과 비교·분석한 사례들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제학술지 ‘농업과 건강연구(Agriculture Health Study)’에 발표된 많은 논문들이다. 합성화학농약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농민에게 각종 암(전입선 암, 유방암, 소아암, 직장암, 백혈병 등)과 신경계, 아토피 및 천식, 호흡기, 시각장애, 정신질환 등 만성질환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각각 보고 하고 있다. 일반인들보다 농민들이 농약의 1차적으로 최대 피해자라는 의미이다. 또한, 당뇨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신경장애, 근 위축성 측방 경화증(ALS), 출생 시 결함, 생식기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이 발생한다고 밝힌 논문도 있다.

특히, 천식과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관상동맥질환, 심혈관 질환과 같은 다른 만성질환이 살충제 노출과 연관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합성화학농약에 대한 연구 결과이지만, 여기에 화학비료, 인공호르몬제, GMO까지 고려하면 화학농업의 건강 위해성은 더욱 확장된다.

유기농식품은 환경보전에 기여하고 안전하며 영양소도 풍부해 건강증진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소비자 사이에서 구전으로 전해지고 판매자들이 흔히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경험적·원리적 신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며 모든 영역에 걸쳐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유기농식품은 잔류농약 검출이 거의 없어서 안전성이 높다는 사실이 여러 시험분석에서 밝혀진 바 있다. 합성화학농약은 장기간 노출 시 만성중독 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설령 농약 노출이 1일 섭취허용량(acceptable daily intake for human) 범위 이내라 하더라도 장기간 누적되거나 다른 위해물질과 결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불확실성 문제’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기농식품을 선호한다. 특히, 100세 시대 또는 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생애의료비가 중년기와 노령기에 집중된다. 식이섭취와 만성질환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유기농식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이 비싼 유기농식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일반 농식품 이외의 다른 식자재를 더 구입할 수 있는 돈을 건강증진 기대편익으로 대체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유기농식품은 무조건 좋다”라는 식으로 막연한 기대가치를 갖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보다는 건강증진과 같은 품질가치에 대한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질병으로 인한 기회비용은 의료비 지출액에다 질병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수준을 합한 것이다. 또한, 건강증진을 위한 기회비용은 건강유지비 지출액에 건강증진비의 지출로 인해 줄여야 하는 다른 생활재의 편익 수준을 합산한 것이다. 여기서, 건강유지비와 의료비 지출액은 계산하기 쉬우나, 질병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와 건강생활비 지출로 인한 다른 편익 수준 감소는 상당히 불명확하고 주관적이어서 계산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유기농식품을 구입할 것인가 아니면 일반 농식품을 구입할 것인가를 선택할 때 바로 이러한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불명확한 부분에 대한 판단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유기농식품 선택을 망설인다.

농업생산 과정에서 여러 가지 농자재 중 합성화학물질은 농축산물에 직접 노출되며, 이를 섭취하는 사람에게는 먹이사슬을 통해 간접 노출된다. 그 물질들이 인체에 축적되고 인체의 신진대사에 작용해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혈액이나 소변 등의 시료를 보건역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농식품의 건강증진 또는 질병위험 여부를 대략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을 인체 모니터링(Biomonitoring)이라고 한다. 상어고기를 많이 먹는 특정 지역의 주민들에게서 카드뮴 등 중금속 축적이 많다는 연구결과는 한 사례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농업공약 중 ‘생활안전 강화’ 분야에서 인체 위해물질과 제품에 대한 통합관리로 상시 모니터링을 한다고 명시했다. 사용금지 성분지정 및 인체유해물질 총 노출량을 조사해 소비자 피해예방 및 확산방지를 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농사에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위해성은 물론이고, 농식품의 건강증진효과도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적정 시비 및 적정 병해충관리와 축분뇨 배출원 관리, 그것은 농민과 소비자의 건강증진은 물론 농업환경 보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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