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정책기획부장
(농학박사,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정부가 지난 2월 1일부터 구제역 백신 2회 접종을 의무화했다. 구제역 백신은 사독백신으로 불활화 된 바이러스 항원에 오일(oil) 부형제를 혼합해 이중오일 형태로 제조되며, 오일 성분의 부형제 특성상 이상육 발생이 불가피하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1년 구제역 백신 1회 접종 시 46.5%의 도축돈에서 이상육이 발생됐고, 2015년 2회 접종지역의 도축돈에서는 73.7%가 이상육이 발생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에 따른 연간 농가들의 손실이 어마어마하다. 조사결과 1회 접종 시 돼지 두당 약 8286원, 2회 접종 시는 두당 약 1만7378원의 손실이 발생된다. 이는 평균 규모인 돼지 모돈 200두 농장이 약 350두를 월간 출하한다고 가정할 때 월간 6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연간 약 2780억원의 손실을 한돈 농가들이 감내해야 한다.

구제역은 1종 가축전염병으로써 국가가 관리하는 질병이다. 정부가 질병발생을 막기 위한 정책적 판단에 의해 백신접종을 2회까지 의무화시켰다면 그에 대한 책임과 대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백신으로 인한 이상육 피해를 한돈 농가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그간 사용해 오던 O형 3039 백신이 최근 들어 아르헨티나 캠포스주와 러시아 프리모스키주로 바뀌면서 1회 백신으로도 상당히 높은 항체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국적인 2회 접종 의무화에 대해 많은 한돈 농가들이 이상육 발생 피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상육 발생피해 농가에 떠넘겨

한돈 산업이 존재해야만 질병청정화도 있을 수 있다. 구제역 발생을 막고 항체가를 높이기 위해서 백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한돈 산업의 피해를 함께 고민한 정책 도입이 없어 아쉽다.

정부가 1종 전염병이란 명분으로 백신을 의무사항으로 강요하면서 백신구입비(전업농 자부담 50%)도 농가가 부담하고, 백신피해도 농가가 감내하는 것은 어쩌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돈 산업과 질병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적정한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지역적, 시기적인 2회 백신 정책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제역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전라지역 등지의 농가들은 굳이 2회 백신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그간에도 구제역이 발생했던 38개 시군에 대해서 백신 우선지원 및 방역강화 조치를 시행한 바가 있다. 따라서 구제역이 발생했던 지역과 NSP항체(야외바이러스 항체)가 나온 지역들을 중심으로 백신 2회 접종을 실시하고, 비발생 지역에 대해서는 1회 접종만 실시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이 경우 전국적인 이상육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별 특성 따라 차별적 조치를

그러나 비발생 지역이라 하더라도 잠정적인 구제역 발생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제역이 주로 겨울철에 발생되는 질병인 점을 감안해 매년 9~10월에 일제히 전국적으로 2회 백신(추가 백신)을 실시한다면 발생 시기에 높은 항체율을 보유해 질병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피내접종 백신·장비 보급 절실

근본적으로 백신으로 인한 이상육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돈협회는 이상육 발생이 없는 피내접종(근육이 아닌 피부에 백신을 접종하는 방식) 백신이 등록·시판될 수 있도록 추진 중에 있다. 실제로 많은 한돈 농가들이 아직 피내접종용 백신이 시판되지 않았음에도 피내접종 장비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한돈협회는 기존 피내접종 장비가 고가이고 무게가 무거워 작업이 힘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볍고 효과가 높은 인체용 피내접종 장비를 가축용으로 개발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빠르면 올해 연말까지 백신 시판 및 접종장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정부의 구제역 백신 2회 접종 의무화가 이러한 대책을 동반해 시기적으로 함께 이루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한 이러한 대책 자체를 생산자단체 중심이 아닌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립하는 모습이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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