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회복세 어디까지 갈까

▲ 지난 21일 찾아간 경기지역 한 농협통합RPC. 도정을 위해 직원들이 지게차를 이용해 톤백에 담긴 조곡을 도정기 입구로 쏟아 붓고 있다.

2017년산 조곡 수매량 줄면서
대형RPC 가격협상력 제고
유통업체 납품단가 상승추세

전라도 중심 대규모 농가
물량 잡고 아직 시장 관망


2월 들어서도 산지쌀값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회복세도 커지고 있다. 12월 이후 회복세가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른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올해 농협계통의 RPC들이 매입한 2017년산 원료곡(조곡)량이 전년에 비해 감소하면서 유통업체에 대한 가격협상력이 커진데다 조곡 수매량 감소로 인해 민간RPC에 조곡으로 판매할 수 있는 여력이 낮고, 또 조곡을 보유하고 있는 대군 농가들은 아직까지 시장에 보유량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협계통RPC 관계자들은 현재의 상황이 유지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올해 쌀값으로 약속한 17만5000원~18만원선 달성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2017년산 공공비축·시장격리곡을 ‘풀지 않는다’는 전제가 따른다. 농협계통의 대형RPC를 대상으로 원료곡 매입 및 재고 현황과 쌀 판매 동향을 취재했다. 


▲경기·강원지역=15일 기준 산지쌀값 조사치가 20kg 정곡 기준 4만801원(80kg 기준 16만3204원)을 나타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다음날 21일. 경기북부지역의 한 농협통합RPC에서 만난 RPC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유통업체 쌀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문이 늘어나는 이유가 의외다. 그간 저가미 시장을 형성했던 남부지역의 쌀값이 오르면서 반대급부로 주문이 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지방미가 우리보다 비싼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거래처에서 물량을 더 달라고 하고 있다”면서 “납품가격은 20kg 정곡을 기준으로 4만3000원에서 4만4000원선에 형성되면서 지난해보다 오른 가격에 공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통합RPC의 경우 벼 수매량은 전년에 비해 3000~4000톤 정도 줄어들면서 2018년산 신곡이 나오는 8월말까지 거래처에 납품할 정도의 조곡만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 그간 조곡 재고 과잉으로 매입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조곡을 밀어내면서 큰 손실을 봤을 때와는 사뭇 상황이 달라졌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수확기 생산량도 전년에 비해 감소하긴 했지만 농가들이 공공비축에 많이 참여했고, 또 나머지는 대부분 농협계통을 통해 거래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농가가 보유한 조곡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라면서 “현재의 상황이 유지된다면 산지쌀값이 18만원은 못되더라도 17만5000원선까지는 회복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고 진단했다.

경기 남부의 또 다른 농협통합RPC. 이곳은 유통업체 납품가격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할인판매가 없어졌고, 주문량은 늘어났다. 이곳 RPC 관계자는 “가격이 낮았던 남부지역에서 값이 오르면서 바이어들이 ‘이런 상황이면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곳으로 매입처를 전환하는 게 낳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남부지역 RPC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평년에 매입한 조곡량이 100이라고 하면 2017년산은 40정도 수준이라고 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강원지역 대표 농협RPC 중 한 곳의 조곡 매입량도 전년에 비해 4000톤정도 감소했다. 이 농협RPC 관계자는 “1만8000톤 정도를 수매를 했는데, 이전 조곡 과잉을 보였던 연도와 비교하면 4000톤 정도 감소한 것”이라면서 “신곡이 들어오는 오는 8월 중순까지 쓸 수 있는 량”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단가도 인상됐다. 이 관계자는 “1월에 1000원 가량 납품가를 인상했고, 현재 수준대로라면 2000원정도 추가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현재의 조곡재고량이면 신곡이 나오는 8월까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충청·전라·경상지역=충남지역 한 농협RPC 관계자는 ‘최근 조곡 거래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물음에 “거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RPC도 매입된 2017년산 조곡량이 전년에 비해 절반수준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재고량도 전년동기에 비해 절반정도라고 보면 된다”면서 “1만2000톤을 매입하려고 계획을 했는데 9000톤 밖에 매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로 조곡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현재 남아 있는 조곡 재고량으로도 충분히 신곡이 나오기 전까지 수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다만, “신규로 쌀을 납품해 달라는 거래처에 대해서는 물량을 대주지 못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대규모 농가들이 많은 전라도 지역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다른 지역에 비해 조곡 수매량이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농가 보유량이 많을 것이라는 뜻. 하지만 아직까지는 농가 보유물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곡 20kg을 기준으로 4만1000원선 납품을 하고 있다는 전북지역의 한 농협계통의 RPC. 이곳도 조곡 수매량이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RPC 관계자는 “현재 남은 재고량이 3000톤정도 된다”면서 “올해 1만톤정도를 수매하려고 했는데 6000톤 밖에 되지 않았다. 반절정도밖에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비 조곡 수매량이 적다보니 이 RPC는 추가적으로 조곡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조곡을 보유하고 있는 농가에서는 아직 움직이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조곡 가격은 40kg을 기준으로 5만8000원에서 6만원선에 형성이 되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지난 해 수확기 조곡가격은 4만7000원가량이었다”고 말했다. 

경북지역의 한 대규모 농협통합RPC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7년산 조곡을 1만7000톤정도 수매했는데, 전년에 비해 3000톤정도가 적은 물량이다. 이 RPC 관계자는 “지난 해 이맘때보다 재고량이 1700톤정도 줄었다”면서 “매입량이 감소한 탓에 민간RPC에 대량으로 조곡을 판매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협업관계에 있는 RPC와는 소량이나마 판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판매한 40kg 기준 조곡 가격은 5만7000원선. 수확기 매입가는 4만9000원에서 5만원선이었다. 이 관계자는 또 “10kg 정곡을 기준으로 현재 유통업체 납품단가는 2만1000원에서 2만2000원선”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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