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호 aT 신임 사장이 지난 19일 취임식을 갖고 임직원들에게 취임사를 하고 있다.

영농조합 경영 등 현장통 평가 속
업계서는 “경험 지엽적” 걱정도
농산물 수급 등 농민 설득 관건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신임 사장이 지난 19일 취임했다. 산지 조직화, 농산물 수급안정과 유통개선, 농식품 수출진흥, 식품산업 육성 등 방대한 기능을 갖고 있는 aT의 수장이 온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병호 신임 사장에 거는 기대도 크지만 그동안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부족한 전문성을 어떻게 다지고 업계의 우려를 극복하느냐가 과제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병호 사장은 지난 19일 취임사를 통해 aT의 핵심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농산물 수입 개방으로 가격 불안정이 일상화되고, 농촌 내 빈곤과 양극화가 심화돼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농업 자립기반을 조성하고 국산 농식품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aT의 핵심 기능과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우리 농어업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데 기여하는 aT, 걱정 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소비하는 우리 농업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aT, 이를 실현하는 것이 최고 경영자인 저에게 주어진 사명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취임 일성을 밝힌 이병호 사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대와 함께 당부도 적지 않다. 이 사장이 그동안 맡아 온 업무가 aT의 업무와 관련해 다소 지엽적이라는 것이다.

aT는 이병호 사장의 농업과 관련한 현장 경험이 많아 ‘현장통’으로 통한다고 밝혔다. 그가 예냉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영농조합을 설립해 직접 경영했고, 농식품부 정책보좌관 재직 당시 119조원 규모의 농업농촌투융자계획 마련을 주도하면서 경영능력, 현장 감각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을 출발시키는 등 공기업 경영 경험과 추진력도 갖추고 있어 aT 업무 추진에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농산물 생산에서부터 유통, 수급, 더 나아가 수출은 물론 식품산업까지 아우르는 aT의 업무에 비춰볼 때 얼마나 업무를 빨리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특히 aT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인 농산물 수급안정 사업과 관련해 현장의 농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이해시킬지는 이병호 사장의 과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농가들은 물론 농민단체에서도 aT가 수행하고 있는 TRQ(저율관세할당) 제도에 대한 반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이 제도가 국내 농산물 가격 상승기에 TRQ 물량을 수입해 국내 가격을 하락시키고 농가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국내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으로 비축 물량을 방출해 가격을 하락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크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사장이 모든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aT가 비판을 받는 원인과 이유를 잘 따져서 농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오해를 푸는 것은 사장의 역할이기도 하다”며 “또 그가 했던 업무가 aT 업무 전반에 비해서는 다소 지엽적이다. 물론 그 업무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농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책은 농식품부가 수립하지만 산지부터 유통, 수출까지 전반적인 실제 업무는 aT가 실행하고 있다. 그만큼 aT의 업무 영역이 광범위하고 농업인과 직결된다”며 “이러한 업무를 최대한 빨리 숙지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서울시공사 사장을 끝으로 업무의 현장 공백이 다소 있는 만큼 조속히 현장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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