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락시장에 하차돼 경매를 기다리는 20kg으로 포장된 제주산 월동무.

▶산지 불만 고조
단위 미달될 경우 클레임 걱정
납품 단가도 18kg이 더 높아
최근 5개년 가격 확인도 불가

▶정부 시책과도 엇박자
유통공사 가격기준은 18kg
주요 민감품목 불구
단위 통일 안돼 혼선 우려


18kg에서 20kg으로 바뀐 가락시장 무 포장 단위 변경 건에 대해 산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20kg 사이 물량 및 기존 가격을 볼 수 없는 문제, 납품 단가 손해, 정부 표기와의 혼선 등 포장 단위 변경으로 인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최근 제주 월동무에 대한 박스 하차 경매를 진행하며 18kg으로 표기하던 무 포장 단위를 20kg으로 변경했다. 기존 비닐 포장과 달리 박스 포장 시 거의 모든 물량이 20kg을 넘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공사가 밝히는 변경 주요 취지다.

그러나 20kg으로의 포장 단위 변경에 대해 산지에선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18kg에서 20kg 사이의 물량에 대한 간극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19kg으로 출하가 이뤄질 경우 기존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 클레임이 걸릴 수도 있게 됐다.

납품 단가도 하락할 수 있다. 18kg과 20kg이 경매가격은 같은 상황에서 납품 단가는 보통 kg당 정해지기에 20kg보다 18kg이 납품 단가가 더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출하자 입장에선 당연히 18kg이 유리하다.

지난해를 비롯해 이전 년도 가격과의 비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락시장에서의 농산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서울시공사 홈페이지(www.garak.co.kr/gongsa/jsp/yt/price/grade5_garak.csp)에서 ‘최근 5개년 가격’을 모두 볼 수 있는 다른 농산물과 달리 무 가격은 올해 가격만 확인할 수 있다. 가격 공개 사이트에 5개년 가격을 한 번에 볼 수 있게 만든 것은 출하자와 소비자들이 가격 등 유통이 어떤 흐름을 보였는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는데 무는 그런 정보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 가격 흐름 등을 알기 위해 서울시공사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5개년 가격 비교. 다른 품목과 달리 무는 올해 가격만 볼 수 있다.


정부에선 18kg으로 무 가격을 공시하고 있어 정부 시책과의 엇박자도 나고 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 공개 사이트인 카미스(kamis.co.kr)에선 18kg으로 무 가격이 제시돼 있고, 농림축산식품부도 이 가격을 통해 농산물 수급 상황을 알리고 있다. 특히 무는 수급조절매뉴얼이 가동되는 주요 민감 품목이기에 통일되지 않은 단위는 정책 혼선의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제도를 바꿀 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산지의 의견 수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산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 변경이었지만 공청회나 토론회는커녕 문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지 관계자는 “산지에 도움이 될 것이 하나도 없는데 굳이 18kg으로 돼 있는 것을 20kg으로 바꿨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바꾸려했으면 산지와의 의견 수렴 및 조율 과정이 있었어야 했는데 바꾼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우리 목소리를 듣고 개선할 것은 다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는 기계 선별이 아닌 육안 선별을 해 정확히 20kg을 못 맞출 수 있다. 언제든 18kg이나 19kg이 나올 수 있는데 20kg으로 맞추려다 그 이상을 넣어야 할 수 있다”며 “백번 양보해 적어도 유예기간은 두고 시행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공사에서도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가격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 일부 산지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변경하기 전에 시장에서 물량을 재보니 (재 본 물량 모두가) 20kg 이상으로 나왔다. 실제 출하되는 중량에 맞추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번에 하차 경매로 전환하면서 단위도 변경했다”며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은 들었던 반면 산지 의견은 듣지 못했는데 산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지금이라도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가격 공개가 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도 “지난 가격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은 구체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할 거 같다”고 답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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