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의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운영 조례 개정안에 대한 시장 유통 및 출하 주체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사진은 대전 관내 주요 농산물도매시장인 노은시장 전경. 


도매시장법인 일반 공모제 지정을 골자로 한 ‘대전광역시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 대한 물음표가 붙고 있다. 대전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도매시장 종사자들은 공모 절차를 비롯해 이번 조례안 개정의 주요 개정안 모두가 생산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특정법인 길들이기'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타 지자체는 물론 정부에서도 도매시장법인의 허가제 시행 취지를 강조하고 있고, 조례 개정 시점도 시장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시장과 출하자들의 집회 직후 나왔다. 무엇보다 조례 개정 취지의 이유라는 생산자들의 우려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도매시장 공공성·특수성 반영
대부분 지자체 ‘허가제’로 운영
현 농안법 규정과도 안맞아

지난해 시설 개선 문제 놓고
기존 법인과 ‘갈등’ 직후 나와
“조례개정 진정성 없다” 지적도

“생산자와 협의도 없이 추진
도매시장 공익적 기능 훼손”
한농연 등 농민단체도 반대


▲대전 도매시장 조례 개정 및 개정 취지=대전시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대전광역시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입법예고 및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주요 개정 골자는 △신규 또는 지정 유효기간이 만료된 도매시장법인의 지정을 공모절차로 진행 △규격출하품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 인하 등이다.

이번 조례 개정과 관련해 대전시는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려 한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도매시장 조례 개정=대전시의 조례안 개정에 대해 농산물 도매시장이라는 공공성과 특수성이 배제됐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우선 도매시장법인 지정은 대부분의 도매시장이 허가제로 하고 있다. 가락·강서시장을 운영하는 서울시의 조례에선 ‘법인의 지정유효기간은 지정일로부터 5년 이상 10년 이내의 범위로 한다’며 ‘재지정을 받고자 하는 법인은 지정 기간 만료 90일 전까지 재지정 신청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재지정 취소와 관련해선 ‘부진 평가와 재무 건전성 등에 문제가 있거나 지정조건을 위반했을 경우 신규 법인을 지정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부산시도 지난해 12월 27일 관련 조례를 개정하면서 ‘도매시장법인을 지정할 시 지정 유효기간을 지정일로부터 7년으로 한다. 다만 중앙평가 결과 우수한 도매시장법인에겐 3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고, 재지정 취소와 관련해서도 ‘부진 평가, 재무 건전성 평가 등에 따라 지정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대전시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농림축산식품부에 검토의견을 달라고 한 ‘경쟁제한 규제개선 추진과제에 대한 의견제출(도매시장법인 지정제 개선)’건과 관련해서도 농식품부가 내놓은 답변은 대전시의 이번 조례 개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농식품부는 ‘(도매시장법인) 허가제 도입 취지’와 관련해 ‘공영도매시장은 민간 시장과 달리 농산물 수탁 거부 금지, 익일 대금 결제, 당일 판매 등 특수한 의무를 부과하고, 유통 주체의 신뢰를 통한 안정적 거래가 가능하도록 허가제를 선택했다. 도매시장 유통 주체에 대한 허가제는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유통 선진국에서 운영 중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표준규격출하품’과 ‘위탁수수료 인하’ 건도 도매법인의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줘 결국은 출하자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지방 공영도매시장 중 대전시의 이번 조례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대전시만이 표준규격출하품, 즉 산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을 표준하역비 대상 품목으로 인정하게 된다. 반면 대부분 지방 도매시장에선 팰릿으로 반입되는 농산물을 규정한 완전규격출하품으로 표준하역비 제도 개선을 완료했고, 주요 광역시에 있는 지방시장도 완전규격출하품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에 있다.

위탁수수료를 기존 7%에서 6% 이내로 하향 조정하려는 건도 농식품부는 ‘위탁수수료는 출하자·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소비자 모두 영향을 받는 파급효과가 큰 제도인 만큼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법정 수수료율 상한선(7%)이 변경된 적이 없다’고 2015년 공정위에 검토 의견을 냈다. 실제로 위탁수수료를 7%에서 6% 이내로 하향조정할 경우 법인들 다수가 적자 구조로 돌아서 대금정산 등의 피해를 생산자인 출하자가 받게 될 우려가 있다.

▲하필 대전시에서?=조례 개정안이 하필 대전시에서 나왔다는 것도 조례 개정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이번 조례 개정에 직접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한 도매법인의 경우 정부로부터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연속 최우수·우수 법인으로 선정되는 등 우수 법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평가 결과가 좋지 못한 도매시장에서도 허가제를 유지하고 있다.

시점도 의문이다. ‘비만 오면 줄줄 새는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등 지역 언론에서 대전 시장 시설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시장 유통 주체 역시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지난해 말 집회를 진행하며 대전시에 시장 시설 개선 등을 촉구했다. 그런 직후 나온 이번 조례 개정에 대해 ‘(집회를 주도한) 특정법인 길들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례 개정 취지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다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 의견을 듣는 시장관리위원회조차 진행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진짜 생산자 의견은=그렇다면 조례 개정에 대해 진짜 생산자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이번 조례 개정과 관련해 대전시에 의견을 제출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한농연은 대전시에 검토 의견을 제출하며 “도매시장법인은 생산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유통법인으로 생산자가 판매 위탁한 농산물을 공정하게 판매하고, 판매대금을 즉시 내려 보내는 등의 공익적 역할을 수행한다”며 “생산자들은 이러한 유통시스템을 믿고 안정적인 출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에 한농연은 “개설자가 도매시장법인을 지정할 때 농안법을 근거로 특정한 요인을 갖추도록 하고 있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지정취소가 가능하다”며 “이런 전제조건이나 우선권 절차 없이 일반 공모를 진행하는 것은 관련 법률과 도매시장 정책상 맞지 않는 행정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농연은 “도매시장법인 지정에서 일반 공모제를 적용한 사례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도매시장법인 지정을 일반 공모제로 하려는 조례 개정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매시장법인 위탁수수료 인하 조치와 관련해선 “도매시장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통한 생산자의 권익 보호와 이에 따른 도매법인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요율 인하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례 개정의 취지인 생산자와 소비자 이익 보호와 관련해서도 한농연은 “이번 개정안 내용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도매시장 내 주체들의 의견 수립 과정은 전혀 없었다”며 “이번 조례 개정안은 우리 생산자 의견을 수렴해 폐지 및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도 조례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밝히며 한농연과 비슷한 입장으로 생산자와 전혀 반대되는 입장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지도자연합회는 “이번 조례 개정안은 생산자 의견을 수렴해 폐지 및 수정할 것을 정식적으로 요청한다”고 피력했다.

▲도매시장 관리 주체 옮기자는 주장도=주요 농산물 공영 도매시장이 농업과 큰 연관 및 전문성이  없는 광역단체가 관리하고 있어 생산자 입장과 다른 시책이 나온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도매시장을 농림축산식품부 등 농산물 유통과 관련된 전문성을 갖춘 부처 및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욱 기자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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