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체 등 수입산 사용 증가
한 번 거래하기 시작하면
국산으로 거래처 바꾸기 어려워

대다수 채소류 품목서 현상 뚜렷
원산지표시·검역조건 강화 시급


저가의 수입산 채소류가 국내 채소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채소 시장에선 이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번 설 대목을 앞두고 주요 수입산 채소류의 가격대가 낮게 형성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올해 역시 저가의 수입 채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채소류의 주요 소비처인 외식업체를 비롯한 식자재업체 등에서 국내산 채소류의 설자리가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저가 물량 늘어나는 수입 채소 시장=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년도 채소류 수입 규모는 중량으로는 112만8607톤, 금액으로는 6억442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3년간의 수입 현황을 보면 수입 중량으로는 2015년의 110만3050톤,  2016년의 105만3279톤보다 늘어난 규모이다. 수입 채소에 대한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2017년의 수입 규모를 금액으로 보면 2016년의 6억6916만달러, 2015년의 6억5855만달러보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수입 물량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수입 금액은 줄어들고 있는, 즉 저가의 수입 채소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번 설에도 저가의 수입 농산물 범람=이번 설 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9일 밝힌 ‘설맞이 농축수산물 수입가격 공개(설 성수품 포함 66개 품목)’에 따르면 농산물 36개 품목 중 8개 품목이 지난해 설 대비 상승한 반면 24개 품목은 하락했다. 특히 밤이 22.5%, 호박이 51.8%, 도라지가 17.9%, 고사리가 9.2% 하락하는 등 주요 제수용 수입 채소 품목이 하락한 것을 비롯해 마늘(냉동) 16.1%, 고추류(건조-무파쇄) 4.1%, 양파(냉동) 7.3%, 당근 21.8%, 양배추 42.4%가 각각 하락하는 등 주요 수입 채소류 가격이 이번 설 대목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국내산 채소 설자리 잃어=수입 물량은 늘어나는 반면 수입 가격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채소류 주요 수요처인 외식업체 등 식자재업계 수요에 영향을 끼친다. 실제 건고추 가격이 일시적으로 높았던 2014년 이후 고추 재배면적이 감소했음에도 건고추 가격이 낮게 형성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한번 수입산 채소류를 사용하면 그 이후 국내산으로 거래선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배추 등 원산지 표시가 이뤄지는 몇몇 품목을 제외한 대다수의 채소류 품목에선 더욱더 이런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채소 업계에선 원산지 표시 확대, 검역 조건 강화 등의 주장을 내고 있기도 하다.

한 채소 산지 관계자는 “핵가족화와 간편식 수요 증가 등으로 김밥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김밥의 주재료인 당근은 대부분 수입산을 쓰고 있다”며 “만일 당근의 원산지 표시가 이뤄지면 수입산에서 국내산으로 당근 소비를 바꿀 곳이 많을 수 있다. 적어도 저가의 수입산 채소류가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원산지 표시 확대, 검역 조건 강화 등의 조건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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