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월동무 산지가 한파에 폭설까지 이어지면서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관계자와 농가가 눈 덮인 무 밭을 살피고 있다.
▲ 폭설이 내리기 전 한파로 인해 냉해를 입은 무 사진. 오른쪽 무는 얼음이 그대로 박혀 있어 냉해가 심한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6일 현재 359 농가 피해접수
한파 피해면적 1394ha 달해

해발 60m 구좌지역 밭 초토화
무 뽑아보니 얼음 박혀 있어
낮은 지역도 피해상황 마찬가지

품위 간 가격차 '두 배' 훌쩍
도매시장, 철저한 선별출하 당부



지난 1일 제주시 성산 구좌 일대의 월동무 산지는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당일 낮 기온이 영상 6도를 기록했지만 바람이 분 탓인지 체감온도는 훨씬 낮게 느껴졌다. 월동무 주산지인 제주는 한파와 눈과 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파로 인해 월동무가 냉해를 입는가 하면 폭설로 수확이 지연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 현지의 월동무 작황을 점검해 봤다.

▲현지 상황은=제주는 현재 유례없는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월 16일 평균 영상 12도를 기록한 제주의 기온은 24일 영하 1.2도, 25일 영하 1.9도, 26일 영하 1.3도에 머물렀다. 이후에도 좀처럼 기온이 오르지 않아 영상 2~3도에 그쳤다.

이러한 날씨는 제주 농작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다. 대표적인 품목이 월동무다. 월동무는 제주에서 대부분이 생산되는 품목이다. 이 월동무가 냉해를 입은 것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6일 현재 한파 피해 신고 접수를 받은 결과 월동무 359농가·1394.2ha, 감귤류 116농가·36.2ha, 브로콜리 10농가·10.2ha 등 513농가·1461.1ha에 이르고 있다.

특히 한파 피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월동무의 경우 전체 재배면적 4874ha 중 30% 가량만 출하된 상황에서 잔여면적의 40% 이상이 언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현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한 1차 피해 상황에 불과해 한파 이후 20일 가량이 지난 시점부터 피해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월동무 잔여면적의 80%까지 언 피해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구좌 지역의 무 밭에서 직접 무를 뽑아 봤더니 무 안에 얼음이 박혀 있었다. 이 지역은 해발 60m 지역이다. 무 밭 전체가 사실상 망가졌다고 봐야 한다. 조금 더 내려가 해발 40m 지역의 무 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무여서 내심 기대를 하고 뽑아 봤지만 역시 냉해를 입었다. 뽑은 무를 직접 베어 물었더니 아삭한 무 본래의 식감은 없고 푸석한 맛만 날 뿐이다.

박장구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 감사는 “해발이 높은 지대는 당연히 피해를 봤지만 해발이 낮은 지대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며 “아직 땅 속에 있는 무는 영양제를 투입하면 회복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유는 지난 3일부터 한파가 다시 찾아 온 데 이어 지난 5일부터 폭설이 내렸기 때문이다. 월동무 냉해 피해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대헌 한국농업유통법인제주연합회장은 “지금(7일 현재)도 이파리가 안 보일 정도로 눈에 쌓여 있어 수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늦게 심은 무는 영양제로 회복을 시킬 수 있겠지만 지상부로 나온 무는 사실상 상품으로 사용을 못 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을 처음 겪어 본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은=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동무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작황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시장에 나올 물량도 그리 많지 않아 수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당장 품위 간 가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냉해를 입기 전인 지난 1월 15일 무 20키로 상자 상품 기준 경락가격은 8510원, 중품은 7673원으로 1000원 미만의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이 격차는 냉해 발생 이후인 2월 1일 전후로 크게 벌어지고 있다. 1월 30일 무 상품은 1만3835원, 중품은 1만1240원으로 2000원이 넘게 차이가 났다. 또한 2월 7일에는 무 상품이 2만6913원, 중품이 1만3150원으로 상품과 중품 가격 차는 2배가 넘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도매시장에서는 출하 물량을 제대로 선별 출하해 줄 것을 산지에 당부하고 있다. 특히 출하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세를 기대하고 품위가 떨어지는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경우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가 소비자들로부터 월동무의 전체적인 이미지까지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정수 대아청과 대표이사는 “한파를 앞두고 수확한 저장 무의 출하가 마무리된 후에는 냉해를 입은 물량이 시장에 들어올 우려가 높다. 이럴 경우 중도매인과 최종 소비자들에게 제주 월동무의 이미지가 안 좋아질 것”이라며 “법인에서는 냉해를 입은 물량은 회송 조치를 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산지 계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산지에서는 현재 무 가격이 높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과 상황을 정확히 알릴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는 한파로 인한 피해로 불가피하게 출하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외면한 채 가격만 얘기하면 소비까지 얼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용행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은 “평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3~4일 동안 지속된 것이 제주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이 같은 자연재해 현상을 제대로 설명해 가뜩이나 멍든 농민들의 마음에 더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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