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농업마당
유기농을 먹으면 아토피가 나을까?
   

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강원도에 사는 한 유기농업 운동가는 오래 전부터 괴질 아토피(atopy)를‘兒土避’라고 불렀다. 즉, ‘아이가 흙을 피해서 생긴 병’이라는 의미인데, 상당히 재치 있고 일리가 있는 해석을 한 것이다. 그 근거로 자기가 사는 산골 초등학교에서는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이 별로 없고, 도시에서 아토피 때문에 산촌유학을 오는 아이들이 많다는 점을 든다. 한 통계에서 나타난 대로, 우리나라 아이들의 아토피성피부염 유병률은 13.5%라고 한다. 농산촌보다는 도시에서 많고, 저소득층 보다는 고소득층에서 많다고 한다. 예전에, 아토피 관련해 소위 ‘신7080론’이라는 것이 있었다. 즉, 1970년대 고도성장기-고투입농업기에 태어난 30대 전후의 부부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 중에 아토피환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흙, 자연을 피해서 생긴 병

아토피는 고도성장이라는 자본축적구조가 데려온 화석문명의 양자(養子)이다. 그래서 아이가 흙을 피해서 생긴 병이라는 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흙은 자연이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생활을 한 결과라는 의미이다. 즉, 흙의 문명에서 화석의 문명이 극에 달하면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로 상징되는 화석물질은 각종 화학물질을 만들면서 아토피의 알레르겐을 양산했다. 콘크리트가 흙을 덮고, 심지어는 흙을 피해 수직농장과 식물공장, 수경재배가 상용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아토피의 발생요인은 크게 외부적인 유해물질이나 환경에 노출되는 과정과 내부 장기에서 비롯된 체내독소의 영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전적으로 과민한 체질을 가진 사람이 환경유해물질, 예컨대 먼지, 꽃가루, 진드기, 동물의 털, 곰팡이 등 세균, 각종 약물(호르몬제 포함), 화학물질과의 접촉(화장품, 건축자재, 각종 생활재 등), 오염된 식품에 노출되는 경우이다. 또한 오존층 파괴로 인한 자외선, 첨단 제품들의 전자파, 냉난방시스템의 생활공간 등에 노출돼 있다. 나아가 일빙(ill-being) 또는 정크 푸드(junk food)라고 하는 ‘5백(五白) 식품’(백미, 흰 밀가루, 흰 소금, 백설탕, 흰 조미료), ‘5S생활’(Sugar, Salt, Smoking, Snack, Sitting), 동물성 고지방식품의 과식 등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식품의 공통점은 상품화돼 대량생산된 패스트푸드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들을 패스트 데스(fast death)라고도 한다.

자연치유력 높이는 식습관 중요

오늘날 고도의 문명사회에서 아토피와 같은 현대병 또는 문명병이라고 말하는 퇴행성질환은 정통의학(conventional medicine)에서도 다 해결하지 못하는 병이다. 따라서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증대시키고,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는 식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크게 보면 자연의 순환원리와 인체의 순환원리는 같다. 현대의 도시인들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는 생활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병이 발생하였다거나 건강하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생활습관이 자연적이지 못하고, 그러한 습관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본래 아토피라는 용어는 1923년에 면역학을 연구하던 미국의 코카(Coca)라는 의사가 ‘면역시스템이 지나쳐서 나타나는 불가사의한 알레르기 현상’이라는 의미로 명명했던 것이라고 한다. 외부 알레르겐에 대항하기 위한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생성되는 나쁜 활성산소가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이 된다. 특히 농약 등에 오염된 먹거리는 신체의 소화기능에 스트레스와 충격을 줘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시켜 활성산소 발생을 촉진한다. 따라서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증대시키고,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는 식생활습관이 필요하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한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는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의 말이 새삼 이해가 되는 시기이다. 소식은 단식과 생채식, 곡채식과도 연계된다. 이것이 인체에 누적된 독소를 신속히 배출해 줌으로써 아토피 치료에 도움을 준다.

유기농식품이 아토피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국내외 연구결과가 다수 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한다. 네덜란드에서 유기농식품 소비와 습진, 아토피 관계를 알기 위해 유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유기농식품을 50%, 50~90%, 90%이상을 섭취한 3개 군으로 나눴다. 이들 815명을 대상으로 혈액 분석을 통해 아토피 유발물질인 IgE 농도를 분석했다. 대상자의 32 %가 습진을 앓고 있었는데, 유기농식품을 많이 섭취한 군에서 IgE 농도가 낮았다. 유기농 유제품도 아토피 저항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했다.

또, 유럽에서 5~13세 어린이 6630명(유기농 마을의 루돌프 슈타이너 학교 4606교, 유럽 5개국 일반학교 2024명)을 대상으로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유기농산물 식사를 주로 하는 슈타이너 학교 어린이들에서 아토피성 피부염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독일의 유기농 마을인 루돌프 슈타이너의 농장에 거주하는 슈타이너 학교 학생과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스위스에서 선발된 5~13세 어린이 14,8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혈액을 통해 알레르겐 특이물질인 IgE를 측정했다. 그 결과 슈타이너 농장 거주 어린이들에게서 결막염, 아토피 성 피부염과 천식, 과민성 반응 모두 낮게 나타났다. 알레르기 증상과 과민성 반응의 유병률은 대조군 어린이들에 비해 슈타이너학교 어린이들이 낮게 나타났다.

흙이 건강해야 모든 생명도 건강

우리 몸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땅이 가지고 있는 물질로 차근차근 빚어진다. 인간의 46개 염색체가 60조개 이상의 세포를 구성하는데, 그 세포를 구성하는 요소가 바로 농산물(식탁)이다. 그러므로 자기 지역에서 제철에 나오는 가장 자연적인 농산물, 유기농산물을 가장 자연적인 방법으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기농업의 아버지’라고 알려진 알버트 하워드는 <흙과 건강>(1945년)이라는 저서를 통해 ‘모든 생명은 흙과 연결 돼 있고, 흙이 건강해야 모든 생명도 건강하다’는 점을 설파했다. 퇴비를 통해 흙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산된 유기농산물이 생명을 살리고 아토피를 낫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이 건강을 낳는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농어민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