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성 하락 및 작업 환경 악화, 소비력 감소 등 한파가 설 대목 채소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도매시장에서도 채소 상품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설 연휴를 꼭 열흘 앞둔 지난 5일 한파경보가 내려진 서울의 가락시장에서 채소 하차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채소들이 보온덮개와 비닐에 싸여 있다.

산지 작업 여건 좋지 않아
상하품간 시세 격차 유독 클 듯
상품성 떨어질 땐 출하 자제를

애호박, 물량 줄어 오름세 지속
시금치는 출하량 증가 ‘약세’

대파, 작황 악화로 출하 주춤
버섯류 제수·선물용 모두 맑음


올겨울 유독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파’가 이번 설 대목, 채소 수급 상황과 소비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제수용과 반찬용으로 많이 소비되는 명절 대목 채소류 소비 특성상 설 연휴에 다다를수록 채소 시장은 무르익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파로 인해 채소 산지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상하품 간 시세 격차도 어느 해 설보다 크게 발생할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다. 또한 한파가 설 연휴 전까지 지속될 경우 소비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무·배추=올 겨울에 출하될 무와 배추의 재배면적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파종·정식기의 태풍과 지속적인 가격 침체로 인한 재배면적 감소 영향으로 지난해 무와 배추의 겨울물량 시세가 비교적 양호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올겨울에 출하되고 있는 2017년 월동무 재배면적은 그 전년 대비 20%, 평년 대비 13.1% 증가했고, 겨울배추 재배면적 역시 그 전년 대비 10.3%, 평년 대비 3.7% 늘었다. 이에 날씨가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올 설에 시장에 나올 무와 배추의 양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파가 지속되며 설 시장을 전망하기 불투명하게 됐다.

우선 한파가 설 연휴까지 계속되느냐가 이번 설 대목 무와 배추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산지와 시장에선 현재 무와 배추 모두 한파로 인해 얼어있는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은수 농경연 엽근채소관측팀장은 “한파로 인해 무와 배추 모두 산지 작업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며 “무와 배추 모두 재배면적은 증가해 앞으로 기온이 회복돼 산지 작업이 원활해지고 얼었던 물량도 상품성이 회복되면 설 대목으로 갈수록 물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반면 한파가 지속되거나 얼었던 물량의 상품성이 회복되지 못하면 출하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도 상품성이 얼마나 회복될 수 있는지를 관건으로 보면서 상하품 간 시세 격차가 유독 크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락시장의 김기영 대아청과 이사는 “한파로 인한 냉 피해에다 작업 여건 악화로 인해 산지 작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앞으로의 날씨가 상당히 중요하다. 다만 기온이 올라가도 그동안 한파로 인해 상품성이 좋지 못한 물량이 많을 수 있어 상하품 간 시세 격차는 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는 정말 설 시장을 전망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산지에선 관망하지 말고 품위가 좋은 물량이거나, 저장성이 안 좋을 것 같은 물량은 순차적으로 출하를 진행해야 한다”며 “상품성이 되지 않은 물량은 출하를 자제해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채·나물류=생육 특성상 날씨 변화에 유독 민감한 애호박, 오이 등 과채류의 경우 한파에 더해 미세먼지 등의 영향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품목은 작목 전환으로 인해 재배면적도 줄어든 것으로 보여 설 대목 시장에 나올 물량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세는 품위가 좋을 경우 양호한 가격대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으로 시장에선 내다보고 있다.

강윤규 가락시장 한국청과 경매차장은 “애호박은 진주 쪽이 주산지인데 이곳에서 올해 멜론이나 토마토 등으로 작목 전환한 곳이 많다. 여기에 미세먼지 등으로 일조량도 좋지 못해 설 대목에 나올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설에는 단대목을 앞두고 물량이 늘어 시세가 꺾였는데 올해는 대기 물량이 없어 단대목으로 갈수록 시세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이는 면적은 줄지 않았는데 작황이 안 좋아 물량이나 시세 모두 예년 설과 비슷하게 전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차례상에 올라오는 주요 나물류인 시금치는 대기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시세 지지가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이강범 가락시장 동화청과 경매차장은 “시금치는 1월 중순에 바닥세였다가 한파로 인해 일시적으로 시세가 올랐는데 산지 출하 대기물량이 많아 설 시장에 출하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시세가 지지되지 못할 수 있다. 다만 품위는 좋은 물량이 많아 큰 폭으로 시세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양념류=양념류 중 산지 수확 물량이 아닌 저장된 상품이 나오는 양파와 마늘은 설 대목에도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수입산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파가 변수이긴 하다.

장성용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차장은 “양파는 소비가 관건인데 계속해서 한파가 이어지면 소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 영향만 없다면 설 대목에도 최근의 흐름과 비슷하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수확 물량이 나오는 대파는 작황이 좋지 못해 물량도 많이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시세 역시 예년 설보다 높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락시장의 권영혁 서울청과 경매부장은 “한파와 폭설로 작황이 좋지 못하다. 특히 신안 지역에서의 굵은 대파가 양이 많이 없다”며 “이에 시세는 강세가 유지될 것 같다”고 전했다.

▲버섯류=지난 추석엔 시세가 좋지 못했던 버섯류가 올 설엔 지난 추석과 다른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제수용 위주인 느타리, 새송이와 선물용이 주인 표고 등 버섯류 대부분의 전망이 어둡지 않은 편이다.

이재상 농협가락공판장 경매과장은 “느타리와 새송이는 설 제수 품목인데 물량이 많이 없는 반면 버섯류의 소비는 비교적 원활해 올 설엔 지난 추석보다는 상황이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는 표고도 양이 없는 반면 선물용으로는 인기를 끌어 시세가 명절 대목까지 지지될 것 같다. 다만 한파가 이어지면 이런 전망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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