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미 FTA 2차 협상이 열린 가운데 미국 주도의 FTA 개정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난폭한 행보를 보면 이 협상이 과연 주권국으로서 대등하게 이해를 조정할 수 있을지 짙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업분야 협상과 관련, ‘더 양보할 수 없다’던가, ‘농업은 레드라인’이라는 말로 들끓는 여론을 달래고 있다. 지난 2012년 발효된 기존 협정이 우리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반면 미국농업에는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 협상을 진행했던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미국의 농산물은 한국에서 이미 잘 되고 있으니 농업 분야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안 된다”고 할 정도다. 한미 FTA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일방적인 행동을 볼 때 상식적인 판단은 무용지물일 수 있다. 미국은 최근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모듈에 대한 보복관세를 강행했다. 이는 한국산에 대해서는 다자간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원칙적으로 하지 않기로 한 한미 FTA를 위반한 것이다. 이 사태는 결국 FTA가 있건 말건 미국은 자기들 맘대로 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이를 볼 때 개정 협상에서 쌀은 물론이고 쇠고기 등 축산물, 과실류 등 우리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 요구를 하지 않으리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정부는 이번 개정협상에서 ‘추가개방은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 보호 차원에서 우리 농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체결된 한미 FTA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을 하지 못하겠다면 당장 협상을 중단하고 한미 FTA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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