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한파로 생산비 급증 불구
평년보다 시세 낮은 품목 많은데
일부 품목 오른 기사만 도배

지난 12년 채소가격 보도 키워드
'폭락'은 '폭등'의 절반도 안돼
작년엔 '36대 315'로 더 쏠려

농산물 최대 대목 설 앞두고 
'거짓 뉴스'에 농가 치명타
지방선거까지 장기 침체 우려도


여지없이 설 대목을 앞두고 한파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실상은 유례없는 한파로 인한 생산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년보다 낮은 시세로 허덕이는 품목이 많다. 무엇이 이런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지게 하는 것일까. 또 이런 소식을 접하는 산지는 실제 어떤 상황일까. 이를 살펴봤다.

▲급등한 품목은 있을 수밖에 없다=어느 산업보다 농산물은 품목이 다양하다. 공영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청과부류도 100여개 품목에 달한다. 돌려 말하면 상승한 농산물 품목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다수 품목의 가격이 급락했어도 일부 품목은 급등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교 시기도 급등한 품목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A품목의 평년 시세가 5만원, 1월 시세가 2만원, 2월 시세가 4만원이었다면 ‘A 품목 한 달 새 가격 두 배로 급등’이라는 글을 쓸 수 있고, 이는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어도 팩트(사실)가 아니지는 않다.

자동차나 아파트처럼 농산물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20년 전 가격보다 못한 가격대가 나오기도 한다. 이는 폭을 좁히면, 즉 20년 전보다 못한 가격이 나온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급등했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언론의 구미는 급등에 맞춰져 있다=언론의 구미도 급락보다는 급등에 맞춰져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최한 2018농업전망 중 채소 수급동향과 전망 자리에서 안병일 고려대 교수는 ‘수급관리 강화를 통한 적정 농산물가격 유지’를 주제 발표하며 언론의 편향된 보도를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17년까지 12년 동안 ‘채소가격 폭등’이라는 키워드가 신문 기사에 출현한 횟수는 총 4598회에 달한 반면 ‘채소가격 폭락’이라는 키워드가 신문 기사에 출현한 횟수는 2268회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더 강해 2017년 폭등 키워드는 315회, 폭락 키워드는 36회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보다는 하락을 더 많이 겪는 산지의 농가들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억울한 입장이다.

반면 해당 산업에서의 가격이 10% 상승했을 경우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농림업이 석유 및 석탄제품, 화학제품, 금속제품, 전력, 가스 및 수도,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 운수 및 보관 등 다른 업보다 절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이들 산업은 대부분 폭락 등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기에 폭등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이에 반해 농산물 가격은 급락 등 하락하는 일이 많아 급등이나 폭등 등 자극적인 단어를 붙이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자연스레 언론의 구미는 농산물, 그중에서도 가격 급등에 맞춰져 있다.

▲최근의 급등 보도는 더 치명적이다=최근의 농산물 가격 급등 보도는 농가들에 더 치명적이고 아프게 다가온다.

우선 1월말에서 2월초로 이어지는 최근은 농산물 최대 대목인 설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시점이다. 농산물 소비가 한창 이뤄져야 할 때에 농산물 가격이 높다는 보도는 소비 시장을 얼어붙게 할 수 있다. 또한 보통 대형선거철이 있는 해엔 소비가 침체되던 특성상 오는 6월엔 전국지방동시선거도 있어 설 이후 농산물 시장도 회복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 상반기 내내 농산물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산지에선 올겨울 유독 혹독한 한파에 따른 난방비와 최저임금 상향 조정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반면 가격이 평년보다 못한 품목도 다수 있다. 이런 산지에 들려오는 농산물 가격 급등 보도는 농가들의 농산물 생산 의지자체를 꺾어놓을 수 있을 만큼 치명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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