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계 풋고추 도매값
평년보다 44% 하락 불구
한 달 전 가격과 비교
‘116% 상승’ 자극 보도
산지폐기 나섰던 농민들 
“어처구니 없다” 분통


농산물 최대 성수기인 설 대목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한파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는 편향된 보도가 이어지며 농산물 소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농산물 가격 급등’, ‘한파 겹쳐 채소 가격까지 껑충’ 등 농산물 가격의 상승에 초점을 맞춘 편향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한파 등으로 풋고추 116%, 오이 109%, 파프리카 91% 등 채소 가격이 한 달 새 두 배 수준으로 폭등했고, 애호박 58.8%, 오이 45.8%, 풋고추 74.4% 상승 등 다수의 채소 품목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요지다.

그러나 이는 한쪽면만 보는 편향된 시각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말 그대로 정확한 기준 없이 보고 싶은 면만 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린 풋고추. 지난달 3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1월 가락시장에서의 청양계풋고추 도매가격은 10kg 상품 기준 4만8500원으로 전년보다 23% 상승했지만 평년보다는 44%나 하락했다. 1월 하순엔 6만5000원으로 2만원 후반대였던 12월과 3만원 초반대였던 1월 상순보다는 올라섰지만 여전히 평년 1월 도매가격인 8만7200원보다는 밑에 있다. 이를 최근 농산물 가격 기사인 ‘한 달 새 풋고추 116% 상승’에 빗대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한 달 전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이지 실제 가격이 우려할 만큼 상승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 시세는 평년보다 낮은 상황이다. 5가 기준인데 1에서 2가 됐다고 폭등했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평년 수준은 못하지만 그나마 풋고추 가격이 상승한 것은 지난달 가격이 폭락하자 자체적으로 산지 폐기를 단행하는 농가들의 아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파로 인해 생산비는 급증한 상황에서 산지폐기 등으로 겨우 가격을 반등시킨 농가들은 농산물 가격이 상승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보도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비단 풋고추뿐만이 아니다. 농식품부가 1월 29일 기준 동기간의 평년가격과 비교한 결과 언론에서 보도한 전체 15개 품목 중 절반이 넘는 8개 품목이나 평년보다 낮은 시세가 형성됐다. 상승 품목 중에서도 4개 품목은 평년 대비 10% 이내의 소폭 상승에 불과했다.

가락시장의 한 경매사는 “농산물 가격에 대한 편향된 보도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농산물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라며 “더욱이 농산물 최대 소비 대목인 설 대목을 앞두고 이런 식의 보도가 이어지면 유독 올해 거센 한파로 인해 생산비가 급증한 산지와 소비에 애를 먹는 시장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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