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과·배

▲ 산지에선 선물용이자 제수용 대표 품목인 사과와 배 선물세트 선별을 시작으로 설 대목이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충주거점APC에서 선물용 5kg 사과 선별 및 포장을 하고 있는 모습.

농산물 주요 소비 성수기이자 사실상 한해 농산물 시장을 여는 설 대목이 시작되고 있다. 사과와 배 등 선물용으로 나가는 품목은 1월 넷째 주를 전후해 선물세트 포장을 진행하고 있고, 단감과 무, 시금치 등 제수용 위주의 품목은 설 연휴 직전으로 갈수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설엔 농산물 선물 한도를 상향한 청탁금지법 개정,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등 이슈도 다양하다. 2018년 설 대목 농산물 시장을 순차적으로 점검해본다.


사과
우박·가뭄 등으로 단수 악화
생산량 줄고 저장량 많지 않아
대과 중심 소비·시세 좋을 듯


물량 크게 늘어나고 소비 침체
가격 기대보다 순차적 출하를
청탁금지법 개정에 예약은 늘어  


명절 대목 주요 선물용 과일이자 제수 품목이기도 한 사과와 배의 2018년 설 시장 공통분모는 두 품목 모두 맛이 좋다는 것이다. 반면 그 이외의 부분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물량이 줄어든 반면 맛은 어느 해보다 양호한 사과는 설 시장에서 비교적 밝은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물량이 크게 늘어났고 소비도 침체된 배는 어두운 전망이 앞서고 있다. 다만 좋은 맛과 청탁금지법 개정에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사과·배 산지 상황은=지난 1월 26일 찾은 주요 사과 산지인 충북 충주의 충북원예농협 충주거점산지유통센터(APC, 충주APC)는 이제 막 설 선물세트에 맞춰 사과 선별 포장에 들어가고 있었다. 선별장에서 만난 이상복 충주APC 소장은 “어제(25일)부터 선물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며 “현재 사과는 지난해 생육단계에서의 우박과 가뭄 등 단수 악화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이에 저장량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대과가 많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도 2017년 사과 생산량을 단수 감소로 인해 전년 대비 5% 적은 54만5000톤으로 추정했다.

반면 배는 비교적 많은 물량이 저장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재승 나주시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소비가 되지 않아 가격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배 농가 중 절반 이상이 손실을 봤다고 한다”며 “현재 저장량도 많은 것으로 보여 산지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2017년 배 생산량은 26만6000톤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여기에 지속적인 소비 침체와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저장량도 많은 편이다.

다만 사과는 물론 저장량이 많은 배도 긍정적인 부분은 맛이 좋다는 것과 더불어 청탁금지법 개정에 대한 긍정적인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복 소장은 “사과 맛은 역대 최고라고 할 정도로 좋다. 원래 우박을 맞은 사과도 내성이 생겨 단단해지고 당도가 높아진다”며 “특히 이번 사과는 산이 적당하고 경도도 좋아 상큼한 맛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인해 농산물 한도가 1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과일류가 어느 품목보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통업체에서도 이번 설엔 과일류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심재승 대표도 “외관상 배 모양이 동그랗지 않은 게 많을 수 있지만 당도 등 맛만 놓고 볼 때는 양호한 편”이라며 “아직 가격대는 회복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인해 사전예약 물량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과일 시장에서도 아직 본격적인 설 대목이 전개된 것은 아니기에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설 시장 초반 상황에선 산지와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사과는 중소과를 중심으로 설 이후 시장을 공략해도 무난할 것으로 보는 반면 배의 경우 가격대를 기대하기보다는 순차적인 출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갑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사과의 경우 굵은 과를 중심으로 비교적 소비와 시세 모두 선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도 (1월 넷째 주) 특품은 높은 시세가 나오고 있다”며 “저장성이 좋은 사과는 3~5월에도 소비가 꾸준히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배의 경우 수확기 비가 와 늦게 수확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바람이 든 물량이 있을 수 있다”며 “선별과정에서 특별히 유념해 출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상혁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부장은 “배의 경우 저장량이 많을 것이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시장에 들어온 물량은 많지 않다. 가격이 지지되지 않고 있기에 그런 것 같다”며 “명절 소비가 많은 배 소비 특성상 설 이후에 더 어려울 수 있기에 가격대를 기대하고 출하를 미루기보다는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출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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