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 수연장미 대표(경기수출화훼영농조합법인 회장)가 어두운 시선으로 곧 출하될 장미 생육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고양 시설화훼단지를 가다
장미 한 속 3000~4000원
한여름보다 시세 안나와
콜롬비아산에 중국산까지
수입산 공세 거센 데다
계속된 한파에 소비 주춤
청탁금지법 여파도 지속


“한여름 같습니다.”

졸업시즌과 인사철, 밸런타인데이 등으로 절화 성수기를 앞둔 1월말, 절화 산지에선 어느 겨울보다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이 시기에 ‘한여름과 같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22일 국내 최대 절화 산지 중 한 곳인 경기 고양의 시설 화훼 단지에서 만난 김광현 수연장미 대표(경기수출화훼영농조합법인 회장)는 “12월엔 그래도 장미 한 속에 6000원대에서 잘 나오면 8000원~9000원 정도의 시세까지 나왔는데 대목을 앞둔 올 1월 중순엔 3000원~4000원까지 떨어졌다”며 “오히려 한여름 꽃값보다 못한 시세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절화 시장을 보면 비수기인 여름철엔 절화 가격도 연중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다. 다만 난방비 등 특별한 생산비가 들지 않고, 생산량은 많아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시기다. 이 한여름보다 못한 시세가 대목장에 형성됐으니 농가들의 답답함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농가들은 수입산이 크게 증가한 것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네덜란드에 이은 세계 2위의 꽃 수출국이자 고산지대로 고품위 절화가 생산되는 콜롬비아와 2016년 7월 FTA 체결로 이곳에서의 절화 수입이 급증했고, 저가 시장에선 중국산 수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졸업 대목인 1~2월 수입이 많고, 수출길은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어 국내 절화류의 설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절화류(절화와 꽃봉오리)의 수입중량은 2010년 1298톤에서 2017년엔 6875톤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출 물량은 8955톤에서 1887톤까지 급감했다. 월별로 보면 1~2월이 가장 수입량이 많았던 반면 이 기간 수출량은 적었다.

김광현 대표는 “수입산 절화로 인해 국내산 절화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적어도 선진국처럼 검역 조건은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졸업 시즌 정점인 다음 달 초순을 앞두고 시세는 올라서겠지만 시장에서도 올 졸업 대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 한파가 기승을 부려 소비력을 떨어트리고 있고, 2월 중순에 놓인 설도 절화 소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청탁금지법 여파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2월 이후엔 지방선거가 100일 안으로 들어오는 등 큰 소비 반등 요인도 없을 것으로 보여 순차적인 분산 출하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오수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 절화실장은 “올해 기승을 부리는 한파로 인해 꽃을 들고 다니지 않고 있다”며 “여기에 2월 중순에 설이 있는 것도 2월 졸업 대목 매기를 끊어놓을 것으로 보고 있고, 청탁금지법 여파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오 실장은 이어 “시세가 예년보다는 못하더라도 2월 5~9일 경 졸업 대목에 맞춰 시세는 지금보다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2월 이후에도 어려울 수 있기에 장기 저장보다는 과부하게 안 되게 분산 출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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