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사후환급 전환' 골자
기재부 개정령안 입법예고
한농연 등 농업계 거센 반발

복잡한 환급 절차·수수료 등
직·간접적 부담 증가 우려
"농축산물 생산비 높아질 것"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한 ‘농·축산·임·어업용 기자재 및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및 면세 적용 등에 관한 특례규정 일부개정령(안)’을 둘러싼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번 개정령안이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데다, 농업인들에게 불필요한 짐을 더하는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서를 기재부에 제출하며,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대상을 현행대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재부가 지난 1월 8일 ‘농·축산·임·어업용 기자재 및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및 면세 적용 등에 관한 특례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골자는 ‘부가가치세 사후환급 대상 농업용 기자재 추가’와 ‘영세율 적용 농업용 기자재의 부가가치세 사후환급 전환’. 농업계의 불만은 후자에 집중되고 있다. 영세율 적용 농업용 기자재 가운데 기재부는 부가가치세 사후환급 대상으로 ‘스피드 스프레이’와 ‘농업용 병충해방제기’를 지목했는데, 농업계에서는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스피드 스프레이와 농업용 병충해방제기가 필수 영농자재인만큼 이들을 부가가치세 사후환급 대상으로 전환할 경우 농업인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한농연은 “스피드스프레이는 방제기 시장에서 45%를 점유할 만큼 비중이 높으며, 과수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농업기계이고, 동력분무기를 포함한 병충해방제기는 논농업 뿐만 아니라 밭농업 분야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농업기계로 활용돼 오고 있다”며 “특히 농업용 병충해방제기의 특성상 농업 외 전용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제고를 목적으로 농업용 병충해방제기를 구매·사용하는 대다수의 농업인에게 애로를 가중시킬 것으로 자명돼 정부의 판단은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농연은 직·간접적인 비용부담 증가에 따라 농축산물 생산비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농연은 “기재부의 입법예고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해당기계를 구입한 농업인은 세무서에 세금계산서를 신고해 부가가치세를 사후환급을 받아야 하는데, 영농활동으로 바쁜 농업인의 입장에서 직접 세무서에 신고하거나 지역 농·축협 혹은 세무사를 통해 대리 신고하는 데 소요되는 직·간접적인 부담이 불가피해 농축산물 경영비 증가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여기서 직·간접적인 부담이란 부가가치세 환급 절차로 인한 영농활동 차질, 1인당 환급세액의 5%에 해당하는 대행수수료 지출 등이다.

농기계업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들은 “두 농기계는 필수 농기계이자 대중적인 농기계로 이제까지 이들 농기계를 농업인이 구입할 때 영세율이 적용돼 공급가액만 부담했지만, 정부 입법예고안에는 향후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을 먼저 부담한 다음 나중에 부가세를 환급받는 조건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으로 농업인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1000만원인 농기계를 기준으로 할 때 구입액은 부가가치세(10%)를 더한 1100만원, 이 중 환급세액은 10%에 해당하는 100만원이고, 환급세액은 100만원의 대행수수료(5%)를 제한 나머지 95만원이 된다. 이는 환급세액의 95% 수준이다.

그러면서 농기계업계는 기재부의 입법예고안대로라면, 스피드스프레이 3000건, 동력분무기 9만3000건 등 연간 9만6000건에 대한 환급신청이 필요해 농업인들의 불편이 더해지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부가가치세 환급신청 9만6000건은 스피드스프레이와 동력분무기의 연간 판매량 9만6000대(예상)에 근거한 분석이다. 여기에 환급신청 과정에서 지급해야 하는 대행수수료(5%)가 농업인들에게 새로운 규제로 인식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농연은 “환급절차의 까다로움, 초기구매비용 증가에 따른 고가 농업용 기자재 구매 부담감, 대행수수료 지급, 사후환급 미적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 현장에서는 이미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의견이 상당부분 제기되고 있다”며 “스피드스프레이와 농업용 병충해방제기에 대한 부가가치세 사후환급 대상 전환 방침을 철회하고, 기존과 같이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대상으로 지속 유지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농기계업계도 같은 생각이다.

한농연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농연 의견서’를 공문형식으로 기재부에 제출했고, 농기계업계도 업계 의견을 종합한 관련 문서를 기재부에 냈다. 특히 한농연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경태 위원장실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서울 구로을) 의원실에도 ‘한농연 의견서’를 전달했다. 시행령은 국회의 의결사항이 아니지만, 기재부가 입법예고한 개정령안의 상위법인 ‘조세특례제한법’을 다루는 소관 상임위가 기재위라는 점에서 개정령안이 농업계의 바람대로 ‘현행 유지’될 수 있도록 기재위가 역할을 해달라는 게 한농연의 주문이다.

더구나 이번 개정령안은 농식품부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항인 것으로 알려져 농업계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란 걱정도 나오고 있다. 한농연이 국회에도 현장의 요구사항을 건넨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농연은 “국회와 정부가 농업계와 한목소리를 내며, 농업계의 뜻이 입법예고기간에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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