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현철 현영농장 대표(사진 왼쪽)가 농장에서 갓 수확된 토마토를 선별하고 있다. 수확의 기쁨은커녕 토마토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어둡기만 하다.

설렘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세밑과 새해 사이, 시설채소 농가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앞날에 대한 전망은커녕 하루하루를 버티기 막막한 현실이 이들의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잦은 한파로 인한 높은 생산비, 궂은 날씨로 인한 악화된 작황, 소비 침체에 따른 낮은 가격 등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오랜만에 한파가 가셨음에도 맑은 날이 아닌 비가 종일 내렸던 지난 17일 대표적인 시설채소 산지인 경남 김해의 토마토 시설 농장을 찾았다. 이날 만난 주현철 현영농장 대표(한국토마토생산자연합회장)와의 인터뷰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가격하락…
통장에 들어온 출하대금은
전기세·인건비로 '고스란히'
나머지 생산비는 어쩌나 막막


오늘도 밑지는 하루가 시작됐다. 1700평(5610㎡) 남짓한 시설하우스에서 한 달에 8번 수확하는 나에게 지난달 한 번 수확해 통장에 꽂힌 돈은 평균 120만원. 한 달에 960만원의 돈이 통장에 들어온 것이다. 물론 이 돈은 통장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올해엔 유독 일찍 찾아온 한파로 인해 난방비가 더 들어갔고, 이는 고스란히 전기세 700만원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지난달 인건비가 270만원. 이것으로 지난달 꽂힌 내 통장의 액수는 ‘0’을 기록했다. 내 인건비는 차치하더라도 박스비, 출하 수수료, 운반·선별비, 양액 비료비 등 난방비만큼의 비용이 들어가는 생산비는 어디에서 충당해야 할까.

올겨울은 정말 최악의 한파가 불어 닥친 것 같다. 낮은 기온에 기인하는 외부적인 한파가 이어지며 난방비는 계속해서 가중되고 있다. 이런 추위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전기세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

더 힘든 것은 소비 침체로 인한 가격 한파다. 전국적으로 돌며 산지폐기까지 단행했던 2년 전 겨울보다 못한 5kg에 7000원도 안 되는 가격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가락시장 가격대를 찾아보니 5kg 기준 12월 평균 도매가격이 2015년엔 7981원, 2016년엔 1만5908원, 지난달엔 6894원이었다. 5kg에 적어도 1만원 중반대 가격은 나와야 하는데 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토마토 가격은 최근 5년간 비교해서 가장 낮은 지점에 놓여 있다.

잦은 눈과 비 등 궂은 날씨도 반갑지 않다. 토마토라도 잘 자라야 할 텐데 이런 날씨는 토마토를 비롯한 시설채소의 품위와 생산량에 좋지 않은 결과만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어제(16일)와 오늘은 지난주까지 계속된 한파가 물러났다고 했지만 눈과 비가 계속 내리며 작황 회복은 요원해지고 있다. 

우리 토마토 농가만 힘든 것도 아니다. 이웃 시설채소 농가들의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가격 침체에 신음하는 풋고추 농가들은 버티기조차 힘들 지경이라고 한다. 얼마 전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어느 한 농가의 소식까지 들려왔다.

 

"생산자 주도 품목별연합회 결성 시급"
농가 스스로 수급조절 나서야 품목간 쏠림 막고 가격안정


우리가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농가 스스로 생산과 출하 등 수급을 조절할 수 있게 생산자 주도의 연합회를 만들어야한다. 지난달 결성된 토마토전국연합회에서 당초 계획에 있던 농업인의사결정기구가 빠진 것도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시설채소는 농가 주도의 수급이 이뤄져야 한다. 나 역시 여차하면 파프리카 등 타 작목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만큼 작목 전환이 수월하고 이로 인해 품목 간 쏠림 현상도 유독 많이 발생해 가격 폭락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생산자 주도의 품목별연합회를 만들어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수급 조절이 이뤄지고 작목의 쏠림 현상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오늘 만난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매번 그랬듯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농산물값이 상승할 때만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내몰고 이럴 때는 나몰라하는 언론, 그나마 찾아와도 단발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하는 언론 역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미에 무거운 작별 인사를 건넸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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