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 강동규 회장(맨오른쪽)을 비롯한 회원들이 가격하락이 심각한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른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신규 직원 첫월급과 비슷
상대적 박탈감 없애려면
기존 직원들 임금도 인상 불가피
수출단가 계속 떨어져 ‘적자’
인건비 상승폭 감당 어려워


수출효자 품목이라고 각광 받으며 급성장 해온 파프리카 수출농단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내수 및 수출가격이 전년보다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최저임금(시간당)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라 농가들의 생산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농업현장에서는 가격 하락과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큰 과제 앞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나름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경남농업기술원 ATEC교육장에서 개최된 (사)경남수출파프리카생산자연합회(회장 강동규) 정기총회에 참석한 농가들이 회의를 마치고 다시 모였다. 올해부터 인상 적용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수출농단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배현표 가야파프리카수출농단 대표는 “하우스 1ha당 3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5년차 직원의 경우 첫 해에 110만원(208시간 기준)으로 계약해서 지난해 157만원까지 지급했다”라며 “그런데 올해 배정되는 직원부터는 첫 계약부터 156만6240원을 줘야 한다”고 운을 뗐다.

배 대표는 “현재 3~4년 일 해왔던 직원들은 최저임금 기준 이상 받는데도 신규 배정될 직원과 같은 수준의 급여인 것을 알게 되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결국 기존 직원들에게 20만원 정도 임금을 인상 시켜줘야 할 상황에 놓일 텐데 농가 입장에서는 굉장한 타격으로 다가오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김삼수 대곡수출농단 대표는 “신규 직원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23만원 정도를 인상시켜 줘야 하는데 농업현장에서 봐서는 너무 과도한 인상률이라고 생각된다”라며 “일률적으로 인상하다보면 숙련된 노동자들을 배려해 줄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는 만큼 외국인 노동자 출신국 경제 사정 고려한 임금책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김 대표는 “그나마 고용노동부에 4명이 필요하다고 신청해도 겨우 2명 배정되는 실정이어서 임금을 주는데도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농가들이 많다”라며 “이런 농가는 정부의 일자리고용안정기금 13만원조차 지원받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농업 분야에 충분한 인력을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파프리카 수출농단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파프리카 가격하락 현상이 심각해서다. 현재 수출농단에서 분석한 농가의 수취가격은 1kg당 1800~2000원 선이다. 문제는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조사결과 겨울 작기 기준으로 단위면적 3.3㎡(1평)당 평균 생산량은 50kg 정도인데 동절기 생산비는 13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농가 수취가격을 1kg당 2000원이라고 적용해도 대부분 농가들의 수취가격은 3.3㎡당 10만원이어서 3만원을 적자 보는 구조다.

강동규 회장은 “현재 일본 수출가격은 1500엔(5kg 기준)으로 지난해 2000엔 대비 25% 낮은 가격이다”라며 “국내에서 단위면적당 60kg 이상 수확가능 한 곳은 유리온실이나 첨단 필름온실 정도로 상위 10%에 불과해 대다수 농가는 적자 경영에 노출돼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박중묵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회장은 “외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보장돼야 하지만 농업현장의 어려움이 배제돼서 안 된다. 더불어 비싼 인건비를 부담하며 고용하는데 충분한 인력을 배정해주고, 최소한 건강상태나 농업 분양 적합성 정도를 확인 가능하도록 이력서를 첨부해 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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