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자조금, 대기업 진출현황 조사
전체 두수의 1.5% 직·간접 사육

낮은 생산비로 점유율 높이면
가격 하락…농가 폐업 등 우려

농가 중심 계열화사업 활성화
기업 진출 제한 등 방안 마련을


기업법인이 전체 한우 사육두수의 1.5% 수준인 3만6786두를 직접 및 위탁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은 비중이 낮은 상황이지만 향후 기업자본의 사육규모가 전체의 15~30%까지 확대될 경우 일반 한우 농가는 폐업을 하거나 위탁사육 농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대기업의 한우산업 진출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기업의 한우산업 진출 시 농가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및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기업 한우산업 진출 현황 조사 및 대응방안 수립 연구’를 진행하고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한우자조금에 따르면 한우 농가 265명을 대상으로 한 의식 조사에서 한우가격 급락(54.7%), 배합사료 가격 폭등(23.4%), FTA 등 시장개방(20.6%)을 한우산업의 위험요소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요소가 실제 현실이 되더라도 의식 조사에 참여한 농가들 중 69%가 한우사육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우사육을 지속하겠다는 농가가 많은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위험 회피적인 성향을 가진 농가들 대다수가 한우산업에서 이탈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한우 농가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업법인의 한우 사육분야 진출이 확대될 경우 일반 한우 농가가 버티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우자조금은 “만약 기업법인의 시장점유율이 시장에 영항을 줄 수 있는 15~30% 수준까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비 차이를 활용해 많은 양의 한우를 공급하게 되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생산비 수준이 높은 일반 한우 농가들은 폐업을 하거나 위탁사육 농가로 편입을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언급했다.

한우자조금은 이번 연구에서 육계나 오리, 양돈 사육 대비 수익률이 낮은 한우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자본의 위탁사육 비중이 가까운 시일 내에 급격하게 높아지거나 직접사육이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육계, 오리, 양돈 순으로 이어진 기업자본의 진입이 마무리 될 경우 한우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현행 법과 제도 안에서 기업자본의 한우 직접 사육과 위탁사육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축산 진출을 제한했던 축산법 27조가 폐지되지 않았더라도 대기업의 한우사육은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이에 따라 한우자조금은 한우 농가 중심의 계열화사업 활성화를 통해 투자를 어렵게 하는 방법 등으로 기업의 한우산업 진출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영역 진출을 제한하는 것처럼 기업이 축산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분야를 지정하는 등 여러 가지 제한 조건을 마련하는데 업계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러 규제를 통해 기업의 입장에서 한우 사육업에 진입해 농가와 경합하기 보다는 농가로부터 가축을 구매하는 것이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우자조금은 “기업자본이 한우 사육업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농가 중심의 생산자협동조합이 한우산업을 장악하는 것”이라며 “기업자본이 한우 사육업에 진입하지 않더라도 사료판매, 가축구매, 원료육 확보 등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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