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노골적인 ‘엇박자 행보’
부처간 협조시스템 구축 안돼
대통령 직속 농특위 설립 시급


국가 단위 푸드플랜(먹거리 종합계획) 수립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범정부 논의 창구인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설치가 늦어지고 있는데다, 식품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노골적인 엇박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서 ‘공공급식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사실상 지난해 국무조정실 식품안전관리 개선 TF(태스크포스)에서 ‘공공급식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겠다는 식약처의 계획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법안의 주요내용은 식약처 소관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를 ‘공공급식지원센터’로 확대해 어린이집은 물론 노인복지시설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영양·위생 관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법안 자체가 공공급식에 대한 규제와 단속 중심인데다, 학교급식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어 적용 범위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농업계 관계자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급식은 봉사차원에서 이뤄지는 것도 많은데, 무조건 식단을 관리하고 단속만 강화하는 내용이라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학교급식지원센터와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은 빠져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란이 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식약처의 행보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농정공약인 국가 단위 푸드플랜 수립과 완전히 대치된다는 점이다. 식약처에서 공공급식 등에 대한 식품안전관리 정책을 따로 추진할 경우, 결국 국가 단위 푸드플랜은 형식적으로 수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범정부 차원의 논의 없이 기존의 부처별 먹거리 정책을 단순히 묶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지현 박사는 “살충제 달걀 사태에서 봤듯이 식품안전 관리는 식약처를 비롯 농식품부 등 정부 부처 간 협조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고, 그래서 국가 단위 푸드플랜이 중요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국가 단위 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하루빨리 농특위가 설치되고 그 속에서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푸드플랜 추진 TF 위원을 지낸 허남혁 박사 역시 “식품안전은 당연한 것이고, 관건은 푸드플랜을 통해 식품안전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추구하는 것”이라며 “국가 단위 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협력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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