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 가격이 2년 연속 폭락세다. 현재 도매시장에서 10kg들이 한 상자의 경락가격이 3만원대. 평년 동기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겨울철 난방비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농가로선 수확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청양고추 최대 생산지인 경남 밀양지역의 고추재배 농가들은 지난해에도 같은 일을 겪었다. 당시에도 농가들은 어떻게든 가격 폭락을 막아보려 산지 폐기처분(140톤)에 나섰고, 아예 시설하우스 260동의 고춧대를 절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미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 출하량 감소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탓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안좋다. 시세 반전을 기대한 농민들이 고추 재배면적을 늘린 데다 기상 여건 호조로 생산량이 더 늘어난 것이다. 농식품부와 지자체, 농협 등이 공급과잉 물량의 시장 격리 등 긴급 수급안정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가격 폭락의 악순환에 빠진 농민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실 외식산업 침체와 함께 1인 가구의 증가, 달라진 식생활 패턴 등을 고려할 때, 아무리 특판행사를 한다고 해도 당장 청양고추 소비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답은 생산 조정밖에 없다. 하지만 생산 조정은 농가나 지역단위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시설하우스의 증가와 기후 변화로 특정 작목의 생산지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생산 조정 권한을 가진 전국단위 품목별 협의회가 필요한 이유다. 이제 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농민들이 나서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정확한 통계조사를 비롯 보다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수립,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악몽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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