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쇠고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한우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미 FTA 1차 개정 협상 진행
한우자조금, 두 가지 상황 분석

2019년부터 관세 철폐땐
연 평균 556억~821억원↓ 
2026년까지 매년 절반 줄땐
10년간 생산액 최대 4129억 뚝  


한·미 FTA 제1차 개정 협상이 진행된 가운데, 미국 측의 요구로 만약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관세가 즉시 철폐되거나 절반으로 감축될 경우 재협상 후 10년 동안 최대 8000억원 이상의 한우산업 생산액 감소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난 2012년 이후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2년 9만9929톤이었던 수입량은 2016년 15만3181톤으로 늘었다. 연평균 약 8.9%의 성장세. 지난해의 경우 2004년 이후 처음으로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을 넘어서 국내 수입육 시장 점유율 1위(10월말 기준)에 이름을 올렸다.

한우업계에선 이같이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쇠고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한우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미 FTA 개정 협상 시 농축산물 세이프가드(ASG·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기준 조정 등 쇠고기 관련 조항을 재논의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미 FTA 체결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급증할 경우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도록 설정해놨지만 실효성이 없기 때문.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물량은 한·미 FTA 발효 첫 해였던 2012년 27만톤을 시작으로 매년 6000톤씩 늘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큰 폭으로 증가해도 사실상 발동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어렵다. 올해는 30만6000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 발동 기준 물량으로, 2016년의 경우 미국산을 포함한 전체 쇠고기 수입량이 36만1531톤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미 FTA 개정 협상 시 반대의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자국의 무역수지를 높이기 위해 쇠고기 관세 인하나 관세 철폐기간 단축, 관세 즉시 철폐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관세율은 21.3%, 2019년은 18.6%며, 매년 단계적으로 낮아져 2026년에는 0%가 된다.

이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미국 측이 요구할 수 있는 △관세 즉시 철폐 △쇠고기 관세 완전 철폐기간인 2026년까지 관세 절반 수준 인하 등 두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각 상황별 한우산업 영향 분석을 실시했다. 개정 협상 결과에 대한 시행은 협상 기간을 고려해 2019년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설정했다.

분석결과, 2019년부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관세가 바로 철폐되면 미국산 쇠고기 가격 하락으로 인해 소비가 증가, 2019년부터 10년 동안 한우산업 생산액이 5559억원에서 최대 8022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매년 평균 556억~821억원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쇠고기 관세가 현재 조건에서 2026년까지 매년 절반으로 줄어들(2019년 18.6%→9.3%) 경우 이 역시 미국산 쇠고기 가격 하락 및 소비 증가로 인해 2019년 이후 10년간 한우산업 생산액이 연평균 261억~413억원, 총 2607억~4129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한우자조금은 이번 분석에서 예상한 시나리오처럼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관세가 철폐되거나 낮게 조정될 경우 한우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는 만큼 △세이프가드 재설정 △관세율 상향 등 정부가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우자조금은 “세이프가드는 FTA체제 하에서 한우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미국에 대한 세이프가드 기준은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호주·EU와 비교해 매우 관대하게 설정돼 있기 때문에 세이프가드 기준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우자조금은 이어 “일본의 쇠고기 관세는 38.5%로 세계 주요 시장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쇠고기 관세를 일본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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