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 제121조 조문 번호 조정
중소기업과 분리, 체계적 정비
123조 1항·2항 신설해
공익적기능·권익신장 보장
국가 농어민 자조조직 육성 담아

농업계서는 ‘안도의 한숨’
공익적 기능 반영 세부내용 추가
직불제 등 구체적 명시 주문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 보고서가 연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보수언론과 야당이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거론하며 ‘색깔론’ 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농업 분야 조항의 경우 농업계가 요구해 온 ‘경자유전 원칙 고수’,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규정’ 등이 보고서에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업계에선 선언적 의미를 넘어 공익적 기능을 구체화한 세부 내용이 향후 개헌 논의 국면에서 추가 반영돼야 한다는 바람이다.

▲자문위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니=자문위 보고서는 개헌특위 자문위가 지난해 말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정리해 개헌특위에 제안하는 취지에서 작성됐다.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각각 구분해 나열했다. 내용 자체가 권고 수준이지만, 그간 개헌 논의의 성과라는 점과 후속 논의의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농어민신문이 확보한 자문위 보고서를 보면 농업 관련 조항에 ‘경자유전 원칙 고수’,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규정’이라는 농업계의 목소리에 다수 자문위원들 역시 손을 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헌법 중 농업 분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조항은 제121조와 제123조인데, 경자유전의 원칙에 관한 제121조 제1항 및 제2항은 그대로 두고 조문번호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자문위원들의 다수의견으로 기재돼 있다. 또한 현행 제123조가 중소기업과 농어업 분야 등 이질적인 내용이 한 개의 조문으로 같이 규정하고 있어 이를 분리해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제123조 1항과 2항 신설 역시 다수의견이다. 1항엔 공익적 기능, 지속가능한 발전, 농·어업인의 권익 신장 보장 내용이 들어갔다.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어업과 농·어촌의 공익적 기능을 제고함으로써 농·어업과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농·어업인의 권익 신장을 보장한다”이며, 2항은 “국가는 농·어민의 자조조직을 육성하고,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로 정리됐다. 물론 신설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차진아 위원)도 있다.

이와 함께 현행 제123조 4항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해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와 5항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는 삭제하고 각각 1항과 2항으로 포함시키자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지난해 초 개헌특위 자문위 구성 당시 농업계 인사들이 모두 빠진 데다 자문위 회의에서 경자유전 원칙의 폐지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등 우려가 컸던 농업계는 이 같은 개정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이를 두고 개정 헌법에 농업·농촌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농업계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여러 모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개헌특위는 지난해 1월 각계 추천을 받아 자문위원 53명을 최종 선정했으며, 자문위는 2개 소위와 6개 분과로 운영됐다. 농업과 관계된 경제·재정 분과는 6명의 자문위원들로 구성됐다.

▲농업계 목소리는=향후 개헌 논의 국면에서 1차적으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규정을 명확히 반영하는 동시에 2차적으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세부 내용이 추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농업계의 의견이다.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국가 정책이나 예산 등의 프로세스로 실행할 수 있는 근거 내용이 명시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장원석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 공동대표(단국대 명예교수)는 “농업계가 요구한 공익적 기능 등의 내용이 반영된 점은 다행스럽다”라면서 “앞으로는 스위스 헌법처럼 공익적 기능의 내용들, 이를테면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 환경보전 기능이라든지 직불제 확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하위 법률에서 확장할 수 있도록 해 정부 정책과 예산 등에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도록 추가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동천 한국농업법학회 회장(홍익대 법대 교수)도 “공익적 기능 등이 이념적 규정이라고 하면 그 밑에 실행 규정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지켜야 될 가치를 뜻하는 부분인데, 식량안보, 직불제 등이 대표적인 부분”이라며 “개헌이 이뤄진다는 전제 속에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가장 큰 목표의 실현 여부에 대해 농업계가 끝까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고, 그 이후에는 포괄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규정이 분명히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를 유지 발전하기 위해 지원해야 할 국가의 책무 등이 담겨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익적 가치에 대해서도 세부 내용을 담아내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직불금이나 농업 후계인력 육성 등의 부분이라도 향후 개헌 논의 국면에서 추가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헌 관련 국회 동향은=한편 여야 3당은 8일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이번 주 내에 완료하고 빠른 시일 내에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개헌·정개특위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10명씩 참여하고 국민의당 3명, 비교섭단체(바른정당, 정의당) 2명 등 25명으로 꾸려진다. 개헌·정개특위 위원장에 검사 출신 김재경 자유한국당(경남 진주을) 의원, 사개특위 위원장에는 변호사 출신 정성호 더불어민주당(경기 양주)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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