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옹진군 영흥면 외1리 주민들이 영흥화력발전소의 석탄잿가루 피해를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 속 굴뚝 아래로 보이는 것이 한국남동발전(주)가 운영하는 영흥발전소의 석탄회 처리장이다.

인천 영흥발전소 인근 마을
10여년째 석탄재 피해 호소

중금속성분 기준치 2배 검출
암 발생률·사망률 높고
농작물·어업 피해도 심각


‘소한’의 한파가 몰아친 지난 5일 오전, 인천 옹진군 영흥면 외1리(소장골) 영흥화력발전소 앞 공터에서 60~70대의 나이 지긋한 주민 70여명이 찬바람을 맞으며 집회를 하고 있다. 지난 12월 21일부터 시작한 집회가 16일째다.

인근 한국남동발전(주)이 운영하는 화력발전소에서 십여 년 전부터 날아든 석탄재와 교통소음 등으로 건강을 잃고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면서 참다못한 주민들이 화를 분출한 것이다.

영흥발전소 옆 석탄회(석탄재) 처리장은 마을에서 불과 100m 남짓한 곳에 위치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뿌연 회 가루가 온 마을을 덮친다고 한다. 발전소 회 처리장은 164만㎡ 규모다. 매립이 88% 진행된 1매립장이 141만2000㎡, 매립률이 2% 수준인 2매립장이 22만8000㎡ 크기다. 문제가 심각한 곳은 1매립장으로, 현재 매립이 끝난 곳에는 7m 높이의 재가 쌓여있다.

발전소는 석탄재 재활용(시멘트 혼합재)을 위해 많을 때는 하루에 25톤 트럭 80~90대가 회 처리장의 재를 파헤쳐 싣고 밤낮없이 밖으로 나른다. 이 과정에서 시커먼 잿 가루와 차량 분진 등이 주변을 오염시키고 교통소음·체증까지 유발시켜 삶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회 처리장 뿐 아니라 석탄을 쌓아두는 저탄장(면적 29만3000㎡)에서도 바람이 불면 석탄가루가 날린다. 발전소 굴뚝에서도 희뿌연 연기가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연신 뿜어져 나온다.

김광희(63) 소장골 환경피해대책위원장은 “최근 보건환경연구원 조사결과 마을주변 중금속(카드뮴·구리·납·아연 등) 성분이 기준치보다 2배 이상 높게 검출됐다”며 “이로 인해 이 마을 주민들의 암 발생율과 사망률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역으로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건강 위협뿐 아니라 생활 불편과 농작물·어업 피해도 심각하다. 황순희(70) 부녀회장은 “석탄 가루와 분진, 역겨운 냄새, 소음 등으로 창문도 열지 못하고 빨래를 널거나 장독 뚜껑을 열어 놓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11월 부녀회가 독거노인들에게 김장을 해주기 위해 심어놓은 배추 1800포기가 석탄재로 뒤덮여 모두 페기처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은 “이곳 주민들 대다수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재와 분진 등이 농작물을 뒤 덮어 벼와 콩, 고추, 매실 등이 수정이 안 돼 수확도 못하고 죽은 채 그대로 논과 밭에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 처리장과 발전소에서 흘러나온 폐수와 침출수도 마을 앞 바닷가로 유입돼 굴과 조개 등 어패류 어장까지 황폐화시키고 지하수까지 오염돼 생계마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인천시는 최근 한국남동발전에 조속한 대책마련과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이행치 않을 경우 발전소 조업정지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선 석탄 회처리장(제1 매립장)의 88%를 매립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억제하기 위한 시설(조기복토, 살수시설, 방진막, 방진덮개 등 설치) 확대를 주문했다. 또 해상운송 물량을 확대해 차량통행을 줄이고, 육상 운송 때는 주간에만 운송하고 소음 및 비산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밀폐하라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영흥주민, 민관공동조사단, 옹진군 등 관계기관이 상호 공감할 수 있도록 2월 중 회처리장 비산먼지 저감 단기·중기 대책을 인천시와 협의해 수립하도록 촉구했다. 석탄을 싣고 내리고 보관하는 저탄장(29만3000㎡)을 실내로 만드는 계획을 2025년에서 더 앞당기고,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 및 모니터링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시의 시정 조치부분은 적극 이행할 것”이며 “석탄재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주민대책위원회와 계속 협의하고,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지속해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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