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젠더 & 공동체 대표

새해다. 올해는 황금개띠, 좋은 일만 있으라는 축원의 연하장이 유달리 많은 2018년이다. 그 이유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올해 설날은 휴대폰에 불이 날 것이다.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사람들조차 안부를 묻고 복을 빌어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낸 연하장인들 어떠리, 살림살이만 나아질 수 있다면...농촌의 내일에 희망만 가져올 수 있다면....
새해 들어 날마다 부고장이 날아든다. 해마다 겨울이나 한여름부터 추석 이전까지 주로 환절기에는 부고장이 많아진다. 부고장을 볼 때마다 당사자들의 얼굴, 눈앞에 선한 고향 어르신들 얼굴이 지나간다. 그리고 한 분 한 분 떠날 때 마다 엄마가 손으로 헤아리던 동네 어르신들이 생각난다. “인자 몇 안남았시야....저그...000댁은 어디 요양원 가고...거시기...” 듣다가 속에서 뭔가가 질러대듯 가슴을 때린다. 그래서인지 평생 엄마가 전화해야 마지못해 전화를 하던 나도 일주일이면 몇 번씩 전화를 해댄다. 누구랄 것도 없이 온 동네가 독거노인으로 가득찬 마을회관, 날마다 무고하신지를 묻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탈이나 걱정거리 없이 편안하기를

원래 무고(無故)하다는 사전적 의미로 탈이나 걱정거리 없이 편안하다는 의미이다. 추운겨울이 되면 농촌에 혼자서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무고하지 않는 계절이기도 하다. 미끄럽기도 하고 기름값 아까워서 전기장판 쓰다가 불도 나고, 날씨 때문에 움직임이 적어서 몸이 굳어지기도 하고, 농사일에 쌓인 과로가 온몸으로 번지면서 뼈마디 마디가 아픈 계절이다. 한해 농사 잘 마무리 했으면 무고해야 할 터인데 무고하지 않는 농가들이 대부분이니 ‘댁내 무고하시요’라고 묻는 것이 지나가는 말치레에 불과하다.

촛불의 기대 속에 출발한 문재인 정부이기에 농정과 관련해서 무슨 희망적인 소식이라도 있을까? 귀를 쫑긋 세워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희소식은 없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농업정책인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살맛나는 농어촌”의 깃발은 저 홀로 나부끼고 있을 뿐, 농민의 웃음을 만들고 미래비전을 통해 젊은이 들이 살고 싶은 농어촌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도 우리는 여전히 농촌마을을 생각할 때 “무고하십니까?”로 인사를 대신하거나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아서 고향마을이 없어진 실향민이 늘어날 것이다. 2030년이면 향후 없어질 한계마을(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가 50%가 넘으면 마을로서 공동체 자생력이 없다고 판단함)이 속출할 것이다.

6월 지방선거선 무슨 답이 나올까

2018년 6월 지방 동시 선거가 실시된다. 주민의 머슴,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그들의 입에서 어떤 공약이 남발할까? 노인 자살률 1위, 농촌노인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국가라는 불명예 속에서 농어촌 지역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가고 있는데 어떤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할까? 요란하게 융복합 시대를 얘기하고, 스마트 시티, 사물인터넷, 2030년에는 집집마다 로봇 1개 정도는 있을 것이라는 꿈같은 첨단 4차 산업을 얘기하고 있는 마당에, 한켠에서는 마을이 사라질 걱정이 시작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마을 어귀에 작년 명절 전남 00군 이장단들은 “며늘아, 설거지 걱정 말고 오렴. 시애비가 다 해줄게....”라는 웃지못할 프랑카드를 내걸 정도로 절박한 농촌마을에 어떤 미래를 제시할까?

구석구석 촘촘히 살피는 농정 기대

새롭게 시작되는 벽두에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살맛나는 농어촌’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는 열심히 일하고 일한만큼 소득이 보장되고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는 인권농업이 아닐까? 이를 위해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인정되는 농민헌법의 제정과 농민기본소득 제도의 시행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맛나는 농어촌’을 위해서는 마을 구석구석을 제대로 살피는 복지가 시급하다. 스마트 인터넷을 활용한 kt의 실버케어서비스 등의 기술정보를 농어촌 복지와 빠르게 접목시켜야 하고, 의료접근성이 취약한 농어촌 어른들의 실태를 반영한 마을주치의 제도, 수요자 신청주의에 근거한 복지정책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복지교실 및 마을복지관리제도 등의 촘촘한 정책이 동시에 강화되어야 한다.

2018년 복지정책의 업그레이드를 통한 삶의 질 향상, 농업의 가치에 대한 전국민적 동의를 반영한 농민헌법제정, 촘촘한 제도에 기반한 체감형 복지정책을 통해서 구호가 아닌 국가든 지방정부든 살피는 정치를 통해 진정으로 ‘살맛나는 농어촌’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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