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열악한 사육시설
사육장-농가 붙어있는 구조
방역공간 확보 부족
비닐하우스 축사 비중 높아

②농장간 수평전파 가능성
계열화농가 출하시 이동 빈번
방역당국 관계자 등 외부인 출입
스트레스로 면역력 저하

③닭보다 긴 잠복기
잠복기 평균 3주로 길고
증상 잘 나타나지 않아
초동방역 어려운 탓


최근 전라남도 고흥 육용오리 농장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올 겨울 들어 오리농장에서만 아홉 번째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이처럼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배경에는 열악한 오리 사육시설과 농장 간의 수평전파, 긴 잠복기에 따른 초동방역의 어려움 등의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5일 기준 고병원성 AI(H5N6) 발생지역은 11월 17일 전라북도 고창을 시작으로 총 10곳으로, 이 중 오리농장(육용오리 6곳·종오리 3곳) 9곳, 산란계농장 1곳이다. 또한 전라남도 강진 종오리농장에서 H5형 AI 항원이 발견돼 정밀검사 중에 있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AI 발생 원인을 겨울철새를 통한 새로운 유형의 H5N6 AI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와 오리 산지에서는 겨울철새에 따른 전염 외에도 보다 다각적으로 발병 원인을 찾고 있다.

우선 오리농장의 열악한 사육시설 때문에 AI 바이러스가 오리농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리농장은 기본적으로 평사로 돼 있으며, 대개 오리사육장과 농가가 붙어 있는 구조로 AI 차단을 위한 방역공간 확보가 부족해 AI에 취약한 구조다.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장은 “비닐하우스 축사는 쥐 등 외부 동물이 자주 들락거려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비닐하우스 축사 비중이 높은 오리농장에서 빈번하게 AI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오리 사육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AI 피해에 대해 오리협회 관계자는 “과거 소규모 간이시설로 시작한 오리 사육산업이 지금까지 그 형태로 이어지다보니 AI 바이러스에 취약한 점이 있다”며 “현재도 여전히 규모가 영세한 농가들이 많아 시설개선에 투자하는 게 쉽지 않고, 그나마 일부 농가에서 축사를 허물고 현대화하려고 해도 주변 주민들의 반대가 커서 방치되는 것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오리 등 가금류 밀집지역 구조 조정 및 시설 현대화를 위해 올해 시범사업으로 가금 집단사육시설 이전 자금(90억 원)을 예산 배정했으나, 이전 부지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차량과 사람에 의한 농장 간의 수평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병원성 AI가 발생된 9개 오리농장 중 7개가 다솔, 참프레, 사조화인 등 계열화사업자 소속 농가들이다. 출하된 가축을 유통하는 사업자와 병아리를 위탁받는 농가 사이에 이동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과정에서 농장과 농장 간에 AI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오리 농가들 사이에서는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오리 농가를 대상으로 매주 1~2회 시료채취를 하는 과정에서 AI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남 영암지역 오리농장 관계자는 “방역관이 정밀검사를 위해 축사 내부까지 출입할 때 외부에서 AI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외부인이 들어올 때 오리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져 면역력이 저하되는데, 이럴 경우 AI 바이러스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닭과 달리 오리는 AI 발병 증상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제 때 확인이 늦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손영호 소장은 “닭의 경우 AI 바이러스 감염 시 폐사 등 육안으로 확인 가능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반면, 오리는 잠복기가 평균 3주 정도로 길고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초동방역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박성은 기자 parks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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