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새해 인터뷰

2017년은 그야말로 격랑기였다. 헌정 초유의 탄핵 사태에 이은 조기 대선 국면으로 권력이 바뀌었고, 새 정부의 ‘적폐청산’이라는 국정 과제 속에 혁신과 변화의 기운이 사회 전반에 깃들었다. 농업 분야 역시 농정 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농정의 틀을 바꾸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위태로운 농업·농촌의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란 염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 중이다. 물론 ‘정부가 농업을 무시한다’는 시각을 담은 ‘농업계 패싱’이라는 말도 회자되며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2018년 농정은 어떻게 흘러가고, 이런 일련의 흐름에서 농업인들의 역량은 어떻게 발휘될지가 신년 농업계의 화두 중 하나다. 3일 국내 최대 농업 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 김지식 회장과 신년인터뷰를 통해 농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김지식 회장은 앞서 2일 열린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농업 단체 대표로는 유일하게 참석하는 등 분주한 신년을 맞고 있었다.


지난해 5월 출범 문재인 정부 
농어업회의소·농특위법 제정 등
지지부진한 '과제 처리' 아쉬워

30년 만에 맞이한 개헌 국면
경자유전의 원칙 준수 등 요구
'헌법개정 국민연대' 활동도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농정 분야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요? 올해 문재인 농정에 거는 기대도 클 것 같은데요.

6.13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 한농연은 문재인 정부의 농정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개선 과제가 무엇인지 발표할 방침입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년농업인 직불제 도입, 방역정책국 신설, 수확기 쌀값 상승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 등의 가시적 성과를 많이 거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민관 협치농정 체제 구축에 필수적인 농어업회의소법과 농특위법 제정,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농식품) 제외, 무허가축사 양성화 대책 마련, 농업 예산의 대폭 증액 등의 과제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경제사업 활성화와 조합원 중심의 민주적 운영을 담보하기 위한 농협법 개정, 산지 농업인의 거래교섭력 강화를 위한 농안법 개정 등의 과제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민혁명의 정신을 바탕으로 탄생했습니다. 여기에는 농업·농촌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뿌리 깊은 농정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250만 농업인의 절절한 요구도 담겨 있는 것입니다.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단순히 사회갈등 비용의 문제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생태·경제·사회·문화적으로 지속가능한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문재인 정부가 대오각성하고 접근해 주기를 바랍니다.


▲30년 만의 개헌 국면을 맞아 농업계에서도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와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거셉니다. 한농연이 추진하고 있는 개헌 활동과 요구사항이 궁금합니다.

한농연은 지난 12월 8차 이사회를 통해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는 물론 농업인력 육성정책의 수립·추진과 관련한 국가(중앙정부, 지자체)의 책무를 반영하기 위한 헌법 개정 요구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한농연의 헌법 개정 요구안은 크게 4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경자유전의 원칙을 준수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내용을 헌법 제121조 개정 요구안에 담았습니다. 둘째,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를 반영하고, 이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농업인과 정부, 국민들의 상호준수의무를 헌법 제123조 개정 요구안에 삽입했습니다. 

셋째, 정부와 국민들이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 중인 농업인에게 직불제를 통해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속가능한 가족농 중심의 농어업인력 육성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함을 헌법 제123조 개정 요구안에 담았습니다. 넷째, WTO 및 FTA 등 농업통상협상과 관련해 국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농업인 등 이해당사자가 협상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게끔 헌법 제60조 및 관련 조항들을 개정해야 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농연은 지난해 11월부터 농어업계 내 뜻을 같이하는 단체들과 연대해 ‘농어업·농어촌의 공익적 가치 반영을 위한 헌법개정 국민연대(헌법개정 국민연대)’를 만들어 활동 중입니다. 또한 농협중앙회,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수시로 논의를 진행하면서 농업·농촌 분야의 헌법 개정 요구사항을 다듬는 일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상호준수의무의 정신을 담은 헌법 개정안이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 개정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농민단체들의 반발도 많았습니다. 1월 5일 한미 FTA 제1차 개정협상이 시작되는데, 한농연은 어떤 입장이며 통상 당국에 요구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한농연은 기존 한미 FTA 농업 분야 협정문의 불평등한 요소를 제대로 개선해야 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쇠고기·돼지고기·사과·고추 등 30개 농축산물에 ASG(농업 분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지만 ASG가 발동할 물량이 너무 높게 설정돼 발동 가능성이 0%에 가까운 실정이며, 낙농품의 경우 TRQ 무관세쿼터가 매년 3%씩 복리로 늘어나면서 미국산 낙농품 수입량은 FTA 발효 전보다 2배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이와 같이 쇠고기·돼지고기·낙농품 등과 관련해 TRQ(저율관세쿼터) 및 ASG 발동 요건 등과 관련된 내용은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불합리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번 개정협상을 통해 정부가 이를 제대로 고쳐내야만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협정 완전 파기를 감수하고서라도 강력하게 대처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미FTA 제1차 개정협상 시작
기존 협정 농업분야 불평등 요소
ASG 발동기준·TRQ 등 손봐야 

올해 굵직한 정치 이벤트 산적 
6.13 지방선거 등 적극 대응 
농업인 권익보호 위해 단결해야


▲한농연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올해 한 해는 정치적으로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이 열리고, 이 이벤트들이 농업·농촌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부분들이 많아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력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헌법 개정 관련 대응활동을 비롯해 6.13 지방선거 대응활동, 내년 3월 제2회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 대응활동, 한미 FTA 개정협상 대응활동이 올해 중점 과제의 가장 큰 축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농업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 이슈들인 만큼 한농연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 외에도 무허가 축사 양성화 대응활동,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과 농식품을 제외하는 입법 촉구 활동이라든지, 후계농업경영인 육성법, 농어업회의소법, 농특위법 제정 활동 등을 강력하게 전개해 농업인들의 권익 신장과 보호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합니다.


▲전국 14만 농업경영인과 250만 농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새해 메시지가 있다면?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줄지를 요구하기보다, 국민이 국가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농연은 그간 농업계를 대표하는 최대 농민 단체로, 농업인 스스로가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일치단결하고 투쟁해야만 우리의 살 길이 열린다는 점을 수시로 강조하고 호소해 왔습니다. 우리 한농연이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받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백척간두에 놓인 우리 농업의 현실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농연 14만 회원을 포함한 250만 농업인 모두 같은 마음으로 뭉쳐야 합니다. 또한 지금이 농업 회생의 골든타임이라 보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담은 헌법 개정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2018년 무술년 새해는 이러한 대한민국 농업, 농촌, 농민의 희망을 일구는 희망의 한 해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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