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 심재식 씨
묘지 풀베기·의용소방대 등
'마을 파수꾼' 역할로 봉사 열심
농기계작업 대행서비스 제공도 

불량종자·가격담합 업체 적발
지역 생산비 평균 확 낮추고 
본업인 농사도 '억대 매출' 올려 

도시화, 고령화, 핵가족화 등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농촌마을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며, 지역민들의 위로가 되는 있는 한 청년이 있다.

희박해진 공동체 의식을 회복시키고, 지자체의 손이 미치지 못한 소외된 이웃들의 손과 발이 되고 있는 농업인 심재식(39) 씨를 만나봤다.

전남 함평군 대동면에서 부모님과 할머니를 모시고 농사를 짓고 있는 심 씨는 함평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다. 지역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언제든 자신의 일처럼 나서는 ‘착한’ 오지랖 때문이다.

“지금은 농촌에 공동체 의식이 많이 퇴색됐지만 예전에는 거의 모든 것을 함께 했죠. 같이 일하다보면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심 씨는 이처럼 가족같이 가깝게 지냈던 이웃에 어려움이 처했다면 돕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한다. 의도치 않아도 이웃을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 훌륭한 봉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함평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촌 마을에는 청년들의 도움이 절실한 농가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는 지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일을 넓혀가다 보니 한국농업경영인회, 청년회, 의용소방대등 가입된 조직만 8개가 넘는다. 바깥일에 집중하다 보면 가정에 소홀해 질 수 있지만 심 씨는 집에서도 충실한 효자 아들이자 가장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심 씨는 연고가 없어 풀이 무성히 자란 분묘를 찾고, 매년 정성스럽게 손질해 넋을 기리는 ‘묘지 풀베기’부터, 회비를 모아 지역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직접 배달하는 ‘반찬봉사’ 등 다방면에서 헌신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렵고 나이가 많은 농업인회원들을 기억해 생필품과 함께 따듯한 마음을 전하는 일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또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화재 발생 시 소방대원보다 먼저 출동해 초기 화재진압과 농번기 일손을 돕는 의용소방대원과 지역민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방범대원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함평나비축제, 국화축제장에선 홍보를 통해 지역농산물 판로개척에 기여하고, 농산물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쌀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그는 농민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에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 심재식 씨(왼쪽 첫 번째)는 매년 마을주민들과 무연고분묘를 찾아 벌초 봉사<사진>를 하고, 독거노인들에게는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등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민들 대부분은 불량종자, 농약으로 수천, 수억 원의 피해를 입고도 대기업과의 투쟁이 힘들어 보상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 씨는 이러한 기업들의 횡포에 맞서 지역민들을 보호하고, 가격담합 등으로 농기자재를 비싸게 판매해온 업체를 적발해 지역 생산비 평균을 낮추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봉사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가를 바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순간 그건 더 이상 봉사가 아니게 되는 것이죠.”

심 씨는 봉사자의 기본 소양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하지만 이웃을 위해 정성껏 일하다 보면 내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 그분들이 나를 돕고 계시더군요.”

이처럼 심 씨는 봉사가 새로운 봉사자를 키우는 이상적인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그는 앞으로 농업·농촌이 살길은 ‘단합’이라고 주장한다. “지역 청년농업인의 숫자가 많이 감소해 일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예전보다 더 단합된 모습으로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심 씨는 농촌 공동화, 고령화로 어려움에 처한 농촌마을이 서로 힘을 합쳐 다시 옛 공동체 의식을 회복시키고, 하나의 힘을 낸다면 지금의 어려움이 해결되리라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심 씨는 “주변 이웃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조그마한 변화의 불씨가 돼서 정감 넘치는 농촌,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 농업·농촌을 위한 봉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함평=최상기·김종은 기자 chois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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