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아이들. 눈썰매타기 등 놀이에서부터 목공일과 같은 노작활동까지 도시학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로그램들로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
송화초등학교 폐교 막기위해
도시아이들 유학생으로 받아
첫해 4명에서 26명까지 늘어

유학기간동안 농가에 머물며
'목공·노작·봉사' 등 경험
아이 돌보는 어르신은 소득도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에 위치한 별빛산골교육센터. 2005년 이 지역 학생들의 공부방으로 시작해 지금은 도시 아이들의 농촌 유학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요왕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는 2003년 이곳으로 귀농한 후 아이들 돌볼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학부모들과 함께 ‘별빛공부방’을 만들었다. 처음엔 공동육아 개념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얼마 후 윤 대표가 마을이장을 맡게 되면서 부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마을 일로 면사무소에 들렸는데, 송화초등학교 입학생이 1명뿐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강원도는 학생이 10명 이하면 폐교가 됩니다. 학교를 살리지 않으면 이곳에 사람이 들어오지 않고, 마을의 지속가능성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 대표는 고민 끝에 ‘도시아이들을 유학생으로 받아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시범적으로 ‘자연캠프’를 열었다.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고 농촌 유학생활의 성공 가능성에 확신이 섰다.

“2010년 4명의 유학생으로 시작해 지금은 26명의 유학생이 이곳 송화초등학교에 다니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방과 후에는 센터에 와서 놀이와 교육 프로그램 활동을 하는데 목공과 같은 노작활동부터 연탄나누기 봉사활동, 김장축제 등 도시 학교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프로그램들이죠.”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의 특징은 유학생들이 기숙사에 모여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 어르신들의 집에서 홈스테이 형식으로 생활한다는 것이다. 또 센터에서는 이 지역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뛰어논다. 윤요왕 대표는 이를 ‘마을공동체형 농촌유학’이라 부른다. ‘기숙형 농촌유학’과는 다른 개념이다.

“도시 아이들이 유학기간 동안 농가에 머물며 지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농촌으로 유학을 보내는 것이 스파르타식 학습을 위한 것은 아니잖아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충분히 아이들을 돌볼 수 있고, 아이들도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윤 대표는 이곳을 ‘숨통학교’라고 말한다. 도시에서 매일같이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유학생활 동안 숨통을 틔어 준다는 의미에서다.

아이들의 숨통도 트이지만, 작은 산골마을에도 숨통이 트인다. 폐교 위기의 학교는 학생들의 발길로 채워지고, 어두워진 저녁 TV 소리만 들렸던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을 전체에도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학교가 살아나니 귀농을 하는 사람이 는다. 실제 이곳으로 농촌 유학을 보냈다가 귀농을 한 학부모 사례도 있다. 홈스테이를 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어르신들에겐 얼마간의 새로운 소득이 생긴다. 센터의 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벌어진다.

윤요왕 대표는 내년부터 노인복지센터를 통한 꾸러미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이곳에 유학을 보냈던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려 한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산골마을 119’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을 위해 전등교체나 간단한 수리 등을 해주는 것인데 내년부턴 전담인력을 둘 예정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버스를 타고 보건소에가 약을 타려면 1시간이 걸리지만, 우리가 차로 모셔다 드리면 10분이면 되는 일입니다. 고령화된 농촌에 제일 필요한 서비스인데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죠. 사북면 16개 리에 사회복지 담당이 1명이니, 마을 주민들이 협동을 통해 이곳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윤 대표는 농촌이란 공간이 자연 환경을 유지하고 식량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과 더불어 교육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믿는다. ‘행복한 마을이 돼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야 행복한 마을이 된다’는 그의 생각이 조용한 마을에 활기를 더해 가고 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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